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산업혁명이란 기술에 의해 산업 분야는 물론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기계가 지능을 갖기 시작하고 인간의 모든 면을 넘어서는 가운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예술 분야만은 인간이 가진 다양한 능력 중에서 ‘창의성’과 ‘감성’이 필요하기에 AI와 로봇 기술이 인간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며 위기와 변화에 직면했다. 

AI 화가들이 유명 화가처럼 그림을 그리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AI 화가는 구글이 개발한 딥드림(Deep Dream)이라는 AI로 19세기 유명 화가인 반 고흐의 화풍을 모사했다. 또한, 네덜란드 ING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화가 넥스트 렘브란트는 렘브란트처럼 모사하는데 3D 프린터로 인물과 배경의 위치와 색감은 물론, 유화의 질감과 물감의 두께까지 렘브란트와 똑같이 그려서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현재 AI는 글을 쓰고 바둑을 두며 음악을 작곡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앤디 허드는 AI에 기존의 프렌즈 대본을 학습시킨 후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실제 프렌즈의 주인공들이 구사한 것과 유사한 유머코드와 원작과 유사한 수준의 대본을 만들어 냈다. 

또한, AI ‘쿨리타(Kulitta)’는 바흐의 전곡을 학습한 후에 완성도가 매우 높은 바흐 풍의 새로운 음악을 금방 작곡했고, 로봇 ‘사이먼(Simon)’은 즉흥적인 재즈를 연주해 냈으며 구글이 개발한 AI ‘마젠타(Magenta)는 피아노곡을 작곡한다.

이렇듯 AI는 학습을 바탕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며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직은 인간과 같은 영감과 감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내지는 않지만, AI가 다양한 영역에서 재현하고 있는 기술의 수준은 언젠가는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믿는 창의적 영감과 감성마저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예술과 AI가 만들어 내는 작품 간의 차이는 무엇이며, 궁극적으로 창작의 본질은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예술의 순수성과 가치는 복제하지 못하는 고유의 예술품이 가진 ‘아우라(aura-예술 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여겼는데, 이러한 희귀성과 고유성을 가진 아우라가 복제에 의한 대량 생산 때문에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예술의 가치를 작품과 연주의 기술적 완성 정도로 판단한다면 아마도 AI가 인간보다도 더 정교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높게 유명 작가의 화풍을 모방해 내고 천재 음악가 스타일의 새로운 곡을 써내고 드라마 대본을 써낼지 모른다. 그러나 AI가 만들어 내는 작품과 연주에는 예술가의 고유한 감성과 영감, 예술가적 정신과 스토리가 담겨있지 않으며 본래의 예술품이 갖는 아우라가 없다고 본다. 그것은 예술의 가치를 단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예술가적 영감과 감성에 의해 탄생한 것에 둔다면, AI가 만들어 내는 작품과 연주는 단지 기계적 학습으로 ‘제품’을 생산해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AI가 자의식을 갖게 돼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며 인간의 창의성에 근접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술과 문화가 고유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유한한 인간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철학과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러므로 AI가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창작한다고 해도 그 과정 안에 영감과 감성, 고뇌와 철학적 가치가 녹아있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간의 예술적 영감과 구별되는 것이며,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미래사회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감성과 소통능력을 활용한 업무를, AI와 로봇은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며 나아가 상호 협력하는 협업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 시대에는 문화예술이 인간의 고유한 미학적 감성과 영감, 창의력을 자극하여 인간 본성의 회복을 도움으로써 사회 안에서 개인과 집단 간의 다양한 계층의 협력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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