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일했던 공장에 불을 질러 8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건조물 침입 혐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는 7일 일반건조물 방화와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 건조물 침입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함께 제기된 일반건조물 방화 혐의는 무죄를 선고하고, 이에 따른 배상 명령 신청도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4시 45분께 만취한 상태로 남양주시 B침대공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발생한 화재로 B공장은 물론 주변 공장과 비닐하우스 2개 동이 불에 탔다. B공장은 4억7천400만 원 상당, 인근 다른 공장은 3억6천600만 원 상당 재산피해를 각각 입었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11월 해당 공장에서 배송 업무를 하다가 동료 직원과 다툼으로 4일 만에 그만둔 뒤 일당 50만 원을 받지 못한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당시 B공장 관계자는 화재 발생 당일은 휴무일이었고, 오전에 가족이 공장에 다녀가기는 했으나 화재 발생 시간에는 공장 안에 아무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지인과 술을 마신 뒤 공장에 다시 채용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찾아갔고, 공장에 아무도 없어 나왔을 뿐이라며 방화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B공장과 인근 공장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B공장을 나온 뒤부터 A씨 말고 공장에 출입한 사람은 찍히지 않았다.

또 화재 조사 결과 불은 나동 전면부에서 시작했고, 화재 원인인 전기 요인은 시설물 훼손이 심해 판단하기 어려우나 방화 가능성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한 현장 훼손으로 발화 원인으로 추정할 만한 증거물을 발굴해 감식하지 못하고 방화를 입증할 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 ▶관련 기관 조사에서 화재 원인을 미상으로 처리하거나 전기 요인 발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점 ▶당시 공장 안에 전열기구가 있어 공장 관계자 또는 제3자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다른 경로로) 제3자가 공장 내부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을 들며 결국 방화로 단정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소장에 기재한 나동 안에서 라이터로 스펀지에 불을 붙였다는 내용은 결국 화재 발생 원인으로 추정할 만한 여러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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