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8시께 예술회관 1호선 개찰구 앞에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8일 오전 8시께 예술회관 1호선 개찰구 앞에 노숙자가 자리를 잡았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노숙인들이 지하철로 몰려 인천교통공사가 골머리를 앓는다. 악취와 소음으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지만 이들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다.

8일 오전 8시께 인천시 남동구 예술회관역사에는 노숙인 2명이 개찰구 쪽과 출구 이동로 쪽에 자리를 잡은 채 잠든 상태였다.

술 냄새를 비롯한 악취로 이용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쳤다. 이 중 1명은 심하게 코를 곯았고, 20여 분이 지나자 또 다른 노숙인 1명은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머리를 감았다.

지하철 이용객 김모(25)씨는 "심한 악취가 나 돌아보니 개찰구 입구 쪽에 노숙인가 잠들었더라"며 "출퇴근시간만이라도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게 자리를 비켜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부평역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부평역은 평소에도 노숙인가 다른 역에 견줘 월등히 많은데,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지하도 상가 계단과 출입구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거나 잠을 청했다. 게다가 노숙인들이 계단에 앉은 통에 지하철 이용객들은 휠체어 이동로로 다녀야 했다.

노숙인 박모(60)씨는 "시민 불편은 이해하지만 나부터 살아야 해 다른 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무료 급식 차가 일정한 시간에 오기에 가능하면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 씨 말고도 부평역에는 노숙인 7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정이 이렇지만 인천교통공사는 이들을 제지할 근거가 없어 퇴거 조치는 어렵단다. 지하철 역사는 공공장소로 노숙인 출입을 막을 경우 인권침해에 해당해 소란을 피우거나 직접 해를 끼치지 않으면 강제 퇴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용객 불편을 최소로 줄이려고 순찰을 하면서 계도한다. 위법행위를 적발하면 퇴거 조치를 하지만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으면 강제 퇴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지웅 기자 yj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