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누구나 성공을 원하지만 아무나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노력이 부족해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 중 하나는 고정관념에서 갇혀 발상의 전환을 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저는 영국 출판사인 ‘펭귄북스’의 책들을 읽곤 했는데, 문고판인 이 책들은 값이 저렴했고 크기도 작아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에 수월한 책들로 기억합니다. 대형 출판사들이 즐비한 당시 상황에서 펭귄북스는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지혜 이야기」(치우칭지엔과 황쉬에리)에 펭귄북스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펭귄북스는 1935년 앨런 레인에 의해 설립했습니다. 당시 그는 갓 서른이 된 청년이었는데, 창업을 결심할 무렵 예금 잔고는 단돈 100파운드였습니다.

어느 날 지방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다시 런던행 기차에 오르기 전 긴 기차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사려고 서점에 갔습니다. 당시 책들은 모두 가죽 표지의 양장본이어서 무거웠고 가격도 무척 비쌌습니다. 단순히 심심풀이로 읽으려고 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발걸음을 돌려 서점을 나가면서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과 똑같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였습니다. 

그때 문득 ‘표지에 들어가는 원가를 줄여서 값싸고 재밌는 책을 만들면 어떨까? 그러면 가격이 내려갈 테니 많은 사람이 책을 사서 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그는 100파운드를 자본금으로 소프트 커버 책을 출판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간소한 표지에 내용은 양장본과 똑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소프트 커버 문고판을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세계 최초 소프트 커버 책이 탄생했습니다. 기존 책의 절반에 불과한 가격으로 우수한 작품을 읽는다는 사실이 독자들에게는 큰 매력이 됐고,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습니다.

펭귄이 그려진 상표로 인쇄한 첫 100만 권의 책이 단 몇 개월 만에 완전히 매진되자 그는 계속 소프트 커버 책을 출간했고, 그것이 계기가 돼 오늘날 세계적인 출판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두가 양장본의 비싼 책을 출간할 때 그는 고정관념을 바꿔 문고판을 생각해 냈습니다. 이 발상의 전환이 그를 세계적인 출판그룹의 CEO로 성장하게 했습니다.

펭귄북스 사례를 읽으면서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 반드시 옳은 길만은 아니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노자도 남들과 다른 길, 즉 거꾸로 가는 것이 진정한 도의 운동성이라며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 대해 동양철학자 박재희 교수는 "모든 사람이 옳다고 보는 것에는 반드시 함정이 있게 마련이고, 안전하고 옳은 길은 오히려 위태롭고 그른 길처럼 보인다"며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옳거나 결과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일러 줍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유독 기존 규범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쉽게 눈에 띕니다. 효과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맨발로 걸어야 한다든지, 목표를 향해 모두가 빠르게 달릴 때 오히려 느림의 미학을 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발상의 전환은 상황을 거꾸로 볼 때 가능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으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어떤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안전지대에 머무른 건 아닌지, 익숙해진 것들을 잃을까 두려워 머뭇거리진 않은지, 기득권에 취해 어떤 변화도 거부하지는 않은지를 말입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