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드디어 국토교통부가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 시기를 결정했다. 시행 연기를 거듭하다 드디어 내년 1월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효과와 적용 대상 등 여러 면을 고려해 신차 가격 8천만 원을 기준으로 이상일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다. 8천만 원 이상으로 결정한 이유는 보험상 고급차 할증 기준을 적용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정책에 대한 논란도 계속 발생한다. 수십 년간 각종 세제 혜택, 심지어 세금 포탈이라 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법인차가 활용되면서 형평성·보편타당성 논란이 지속됐다. 이에 대통령 공약으로 이번 정부에서 확실히 규제하겠다고 선언하고 진행한 부분은 의미가 크나 시작점부터 방법이 잘못됐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15년 전 국회에서 법인차 규제 정책을 관련해 온 필자로서는 해외 선진국 좋은 사례를 모아 한국형 선진 모델을 진행하자고 강조했으나 강력하게 진행하겠다는 언급과 달리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수준 낮은 규제로 시행하면서 현재와 같이 예전 그대로의 법인차가 운행됐다.

해외에서는 아예 법인차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있고, 미국의 경우 주마다 강화해 엄격한 운행 기록과 임직원 보험 의무화 등 다양한 규제로 한정된 법인차를 운행한다.

따라서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한국형 선진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게 아닌, 현재 연두색 번호판 도입만으로 법인차를 규제하겠다는 정책은 시작점부터 법적 규제보다는 사회적 윤리만을 강조해 알아서 법인차 운행을 맡기겠다는 논리와 같아 한계가 매우 큰 정책이다. 즉, 엄격한 관리로 초기부터 규제하기보다는 알아서 윤리적으로만 자정 진행하라는 의미와 같다.

법인차 규제를 위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진행부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번호판으로만 하는 규제는 효과도 비효율적이지만 무엇보다 양극화 우려를 필자는 지속 언급했다. 정상적으로 잘 운행하는 법인차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도 있고, 반대로 청담동에서 연두색 번호판을 장착한 고가 법인차를 도리어 자랑스럽게 운행하는 젊은 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적지 않는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은 물론이고,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시작점이 된다는 점이다. 연두색 번호판을 과속단속기가 인지하지 못해 혼란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동 주차장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개인이나 업체가 자체 비용을 투입해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 소요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출입 등 다양한 인증을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기본이다. 이미 전기차용 파란색 번호판 도입으로 부작용을 크게 겪은 사례가 있다. 그 많은 후유증과 비용을 수반하면서 새로운 번호판 도입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번 정책 발표에서 번호판 도입 기준으로 선정한 8천만 원이다. 앞서 언급한 정부 발표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보편타당성과 형평성이 근본 문제가 된다. 상황에 따라 7천900만 원을 기준으로 법인차를 여러 대 운행하고 수시로 교체하면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때문이다. 수입차 중 이 정도 금액이면 상당한 고급 승용차다. 

이렇게 금액을 높게 선정한 이유도 고민이 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이미 번호판 도입에 포함된 장기 렌트나 리스 사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렌트의 경우 ‘하, 허, 호’ 등 번호판에 기입된 글자로 이미 규제를 한 상황에서 연두색 번호판 도입으로 이중 규제라고 반발한다. 아마도 8천만 원이면 대부분 렌트 차량이 제외돼 이 금액을 설정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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