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호 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조수호 부천지원 민사가사조정위원

이스라엘과 역내 무장 정파인 하마스 간 분쟁이 안타깝게도 극으로 치닫는다.

유대인들이 2천 년 전 로마제국에 의해 터전인 팔레스타인에서 추방당한 역사와 2천 년 후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그 땅에 유대인들의 나라를 건국하도록 한 영국의 밸푸어선언(Balfour Declaration)이 갈등의 근원이다.

자의든 타의든 양보와 타협으로 일단락될 테지만 수많은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타인과 단절된 삶을 영위할 수 없고, 타인과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분쟁을 유발한다. 인간의 분쟁은 국가 간에는 전쟁이고 개인 간에는 송사가 될 수 있다.

전쟁이든 송사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해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도 있지만, 결코 영원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패자는 와신상담하며 설욕할 기회를 노리고 또다시 혼란 상태를 초래했다가 모두가 지치면 평온을 바라게 된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갈등은 필연적이지만 아노미 상태에서도 양보와 타협으로 원한의 강도를 낮게 가져가는 게 파생적인 분쟁을 줄이는 길이다.

인간은 이미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투쟁이 당사자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음을 깨닫고 타협적인 분쟁 해결 수단을 찾게 됐다. 국가 간에는 무력 투쟁을 중재하는 UN 기구나 상사 분쟁을 조정하는 각종 중재기구를 뒀으며, 개인 간 다툼인 민사 분쟁에서도 극한적인 투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소송보다는 양보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하도록 다양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를 뒀다.

소송을 대체할 분쟁 해결 제도로 민사조정절차는 특히 권장할 만한 제도다. 민사조정절차는 조정위원이 당사자 각자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고도 신속하게 해결하려는 제도로, 분쟁의 자율적인 해결 절차라는 점에서 법원의 강제적 판결로 분쟁을 종결하는 소송 절차와 다르기 때문이다.

민사조정은 소송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대부분 1회 출석으로 종결돼 신속한 해결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지대나 송달료 등 소송비용도 저렴하다.

양보와 타협으로 분쟁을 해결하므로 당사자 간 감정 대립을 줄이고,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에 비밀이 보장된다. 본인 출석이 원칙이지만 가족이나 대리인 출석도 가능하다.

조정이 성립되면 조정조서가 당사자에게 송달되고,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효력이 같아서 이를 집행권원으로 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조정에 따른 분쟁 종결은 상처뿐인 승리가 아니라 격조와 품위를 갖춘 아름다운 승리가 된다.

세종 때 황희 정승은 두 여종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자초지종을 물은 뒤 한 여종에게 "네 말이 옳다", 다른 여종이 억울함을 호소하자 또 "네 말도 옳다"고 했다. 이를 본 부인이 "그러면 누가 잘못했다는 건가요?"라고 하자 "부인의 말도 맞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각자 사정을 고려하고 존중해 주면서 분쟁 당사자의 양보와 타협을 유도하는 중립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조정의 일례가 아닌가 한다.

불완전한 인간에게는 일도양단식 판결이 분쟁 해결의 최선이 될 수 없고, 상대방의 약점이나 허물을 용인하면서 이해당사자 간 공통분모를 이끌어 내는 조정 절차가 최선의 분쟁 해결 수단이 될 것이다.

자연계에서도 무시무시한 악어와 악어새 경우와 같이 공생하는 생물의 이야기가 있듯이, 조정은 공멸을 피하고 공생을 찾는 생존의 논리이므로 다양한 분쟁이 조정 절차로 종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