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과 1994년 LG가 우승했을 당시는 직접 보지도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훗날 두 발로 걷고 방망이와 글러브를 움켜쥘 나이가 될 즈음 아버지 손을 잡고 LG를 응원하게 됐다.

야구 규칙도 자세히 알지 못했고, 당시 LG가 우승했더라도 너무 어렸기에 우승 기쁨을 같이 느끼기는 어려웠을 테다. 해서 차츰 성장해 기쁨을 함께할 정도의 나이가 됐을 즈음 LG가 우승하길 바랐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LG는 암흑기에 접어들면서 시즌마다 하위권을 맴돌았고, 기자가 느끼고 싶은 순간들과는 동떨어진 모습만 보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2023년 11월 13일 LG 트윈스가 kt 위즈를 이기고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질 때만 하더라도 지난해 생각이 나면서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또 지는 수순이 아닌가’, ‘여기까지 올라와서 우승을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기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2차전과 3차전 LG는 한국시리즈에서 다시는 없을 명승부를 펼치면서 기자가 LG를 왜 응원했는지, LG를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 온몸으로 입증했다.

4차전과 5차전 연달아 여유 있는 점수 차로 kt를 이기면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기다려 온 시간이었고 꿈꿔 온 시간이었다. 암흑기 LG를 응원하면서 우승은 다른 팀 이야기인 줄 알았고, 기자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하다 못해 기자가 주로 활동하는 인천을 연고로 둔 SSG 랜더스(전 SK 와이번스)도 수차례 우승을 일궜다.

LG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암흑기 시절이 떠오르고 오랜 세월 LG와 함께했지만 우승도 못해 보고 은퇴한 선수들이 생각났다.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얼마 만에 흘린 눈물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LG가 우승을 차지하고 바로 아버지한테 달려가 LG가 우승했다고 소리쳤다. LG를 응원하게 만든 아버지는 축하한다고 짧게 답했다. 아버지는 오래전 SSG 랜더스로 갈아탔다.

LG가 우승하는 장면을 기억 속에 아로새긴 까닭은 마지막 우승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라 29년 만에 일군 값진 우승이어서다. 앞으로 LG는 계속 어제와 같은 장면을 보여 주리라 믿는다. 다시 또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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