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개발’과 ‘보존’을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정문화재 보존지역이 대폭 완화된다고 한다. 국가문화재위원회가 최근 사적분과위원회를 열어 시 지정문화재 보존지역 중 녹지지역과 도시 외 지역의 경우 현행 500m에서 300m로 축소하는 내용의 인천시 추진 개정조례안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은 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시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 조례로 정한 국가 지정문화재와 시 지정문화재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는 도시지역 200m, 녹지지역과 도시 외 지역은 500m로 개발행위에 제약이 많다. 

건축행위 같은 토지 이용이 제한돼 보존지역 안에서 건축행위를 하려면 인천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조치로 많은 지역의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녹지지역과 도시 외 지역의 시 지정문화재는 모두 63곳으로, 이번에 조례를 개정하면 당초 규제 면적 중 59%인 37.3㎢가 규제지역에서 빠진다. 이는 여의도 면적(2.9㎢) 12.9배로, 가장 해제 범위가 큰 강화군은 40.5㎢에서 23.5㎢로 여의도 면적의 8배가량이 줄어든다. 

이번 성과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제도를 도입한 2003년 이후 규제를 개선한 첫 사례다. 그만큼 문화재와 관련한 규제 개선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시 확대에 따라 한없이 밀려드는 개발 요구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서다. 근현대 시기에 형성된 역사문화자원을 놓고 조성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은 이를 지키고 보전해야 하는 쪽과 개발행위로 도시 발전을 주장하는 쪽의 충돌로 늘 민원 대상이 된다. 시는 2014년 인천지역 문화재 인근 주민들의 규제 완화 요구에 따라 조례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문화재청과 협의하지 못해 아예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주변 지역 주민들은 이번 조치로 일단 한숨을 놓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만이다. 효율적인 도시계획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지자체 불만도 많다. 그렇지만 때려 부수고 과거를 지우는 개발이 능사는 아니다. 시민이 크게 느끼는 불편은 개선하면서도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전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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