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섭 ㈜제일텔레콤 대표이사
정은섭 ㈜제일텔레콤 대표이사

최근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좌석 옆 모니터를 켜는데, 선택사항 중 Live TV(TV생중계)라는 회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일정과 겹쳐 US 오픈 테니스 남자 결승전 경기를 시청하지 못하게 돼 아쉬웠는데, 비행기 안에서 생중계로 실시간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다니….

정보통신 분야에서 30여 년간 일한 필자지만 오늘의 정보통신기술 발전 속도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요즈음 인간은 정보통신기술 발전 속도가 그것을 이해하는 속도보다 빠른 시대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 시기(1980년대 중반)만 해도 일반 회사와 통화하려면 먼저 그 회사 교환수와 통화하고, 그들이 꽂아 주는 코드에 의해 통화가 이뤄지는 공전식 교환기를 사용했다. 그 후 공전식 교환기가 철수되고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기계식 크로스바, EMD(Electrical Discharge Machining) 교환기에 의한 통화가 가능했다.

또 몇 년 후에는 전자식 교환기를 통한 통화를 시작했다. 이어 유선의 TV 방송으로 봤던 스포츠 생방송을 무선의 비행기에서 보는 세계가 도래했다. 지난 50여 년간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은 사람의 손에서 기계로,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인식형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에서 생성형 AI로 전환되는 혁신이 일어난다.

특히 최근 정보통신기술을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속도로 발전시키는 생성형 AI는 전 세계에 엄청난 화두와 함께 충격을 줬다. 우리나라가 이 같은 정보통신기술 단계에 이르게 된 최대 수훈은 바로 지난 50여 년간 육성한 우수 기술인력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특히 중소기업 분야 기술인력 현황은 어떠한가? 중소기업 분야의 인력 현황은 매우 취약하며, 오히려 커다란 위기에 처했다. 저출산과 빈약한 기술인력 보급에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며 오랫동안 부족한 상태로 연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는 우수 기술인력 보급에 또 다른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다.

1980년대 일반 엔지니어로서 통신설비를 설치할 때만 해도 대부분 시설이 건물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쉬는 휴일이나 야간에 작업을 했다. 주말이나 저녁에 일한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일하는 근로자가 좋아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네트워크 구성이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부여한다는 자부심으로 감내했다. 그러나 요즈음 산업현장은 이구동성으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상당수 청년취업자들에게서 일에 대한 사명감도, 인생을 무엇으로 채울지에 대한 비전도 보이지 않는 행동을 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실례는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인터넷 구직사이트 구인광고에 대해 접수를 받으면 인터뷰 시간을 잡고 면접을 한다. 그러나 면접 후 통과해 입사일자가 정해졌음에도 입사날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는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면접은커녕 인터넷으로 구직 접수만 하고 면접에 노쇼(no show)하는 일도 생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접속해 접수한 자체만으로도 구직활동을 했다고 간주해 정부가 약 6개월(나이와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른 실업급여 지급일수 차이)의 실업수당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일부 청년들은 처음부터 취업 생각 없이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과정의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방면의 검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도피가 아니라 역경과의 정면 대결이고, 가능성의 문을 열고 다양한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가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젊은 날을 허비하지 말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구력을 가진 전문인력으로 성장하는 젊은이를 만나고 싶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진 젊은 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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