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법학박사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법학박사

지난 15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국회 법사위의 농협법 개정안 처리 지연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농해수위에서 오랜 숙의를 거쳐 합의로 통과했다. 그런데도 농업·농촌·농업인과 연관성도 없는 특정 조직의 주장이 마치 농업계 전체 의견인 양 이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는 법사위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더욱이 법사위 회부 후 6개월이 넘도록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고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하는 일부 법사위원의 행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고의적 방기가 의심된다"며 크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농협법 개정안이 또다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할 시 다가올 제22대 총선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농축산단체가 법사위 행태를 비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농협법 개정안 내용 중 ‘중앙회장 연임 1회 허용 규정’을 현임자에게 적용하는 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일부 개인·단체의 주장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이는 법적 견지에서 볼 때 모두 타당하지 않다. 간략히 정리해 본다.

첫째, ‘셀프 연임 입법’이란 주장은 타당치 않다. 

‘셀프 연임 입법’이란 말은 "자신의 연임 관련 이해충돌법안을 자신이 발의·의결한다"는 의미일 터인데, 이는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다.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합리성·공익성 등을 따져서) 헌법기관으로서 법안을 발의·의결하는 것이지 농협중앙회장이 법안을 발의·의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셀프 연임 입법’이라고 주장한다면 신성한 입법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을 모독하는 처사다.

둘째, ‘연임 1회 허용 규정’을 현임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소급입법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주장도 타당치 않다. 왜냐하면 법리상 ‘진정소급입법’은 금지가 원칙이지만, ‘부진정소급입법’은 일반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를 완화하거나 편익을 주는 규정’에 대해서는 소급적 효력을 갖도록 입법하는 것이 합리적·일반적이고, 보편적 법리에 부합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 단임 규정 개정을 위한 헌법 개정은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한 헌법규정(제128조 제2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당하다. 왜냐하면 이 규정을 유추·확대해석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법 개정안은 법사위에 회부된 지 6개월이 지났고, ‘연임 1회 허용 규정’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최초 발의된 날(2017년 8월 31일)로부터는 무려 6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지금껏 법사위가 법안 처리를 지연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밤새워 토론해서라도 법안 처리에 결론을 내야 한다. 법사위가 합당한 이유 없이 법안 처리를 마냥 지연하는 행태는 ‘위법성’마저 있다.

첫째, 국회법상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형식·자구심사’만 하도록 돼 있는데, 소관 상임위(농해수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이미 결정한 ‘내용(현임자 적용 허용)’을 문제 삼아 법안처리를 지연하는 건 월권이며 위법이다("법사위는 체계와 자구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제86조 제5항 위반).  

둘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소수 의원이 반대하자 ‘법안심사의 그간 관행(만장일치)’을 이유로 법안을 계류시킨 행위도 ‘다수결 처리(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를 규정한 국회법 제54조를 위반한 것이다. 이런 식이면 20명 가까운 다수 법사위원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입법이 무산되고, 결국 국회의 입법 기능은 마비된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 88.7%가 찬성하고 행정부(농식품부)도 찬성하며 소관 상임위(농해수위)에서 충분히 논의한 후 통과된 농협법 개정안을 법사위가 (일부 반대 의견이 있다는 이유로) 처리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는 무릇 이해관계자의 반대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법사위는 찬성·반대 의견을 모두 신중히 참작하되, 궁극적으로는 ‘오직 민주주의 원리와 보편적 법리(法理)에 입각해’ 합리적·합법적으로 판단함으로써 법안 처리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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