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가족이 21일 법정서 "사법부와 피고뿐 아닌 피해자도 있단 사실을 기억해 달라"며 구형 의견을 피력했다.

피해자 진술권을 행사하고자 인천지법 제15형사부(부장판사 류호중) 심리로 열린 설모(30)씨 4차 공판에 출석한 피해자 여동생 A씨는 피해자 어머니와 딸, 친척들이 겪는 고통을 설명하며 "보복살인을 적용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강력히 호소했다.

A씨는 특히 "6살 된 조카(피해자 딸)가 ‘엄마가 칼에 찔린 사실을 다 아는데 왜 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냐’며 살해장면을 묘사하는가 하면 피해자 어머니 또한 살해장면이 계속 떠올라 괴로워한다"며 "가족들 모두 사건 당일에 시간이 멈춘 듯 일상 생활 유지가 힘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언니 곁으로 따라가고 싶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생생하고 처절한 A씨 호소에 방청석에선 연신 훌쩍이는 소리가 울렸다.

이날 A씨는 진술하는 20여 분간 무려 3차례에 걸쳐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는 말을 반복하는가 하면 "흉악범들이 보복범죄 성립 요건을 학습해 악용하지 않도록 반드시 보복살인을 적용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최진혁 검사는 설 씨가 범행 약 1달 전인 6월 2일과 18일 2차례에 걸쳐 서로 다른 흉기 2개를 구입한 뒤 7월 13일부터 4일간 피해자 자택 주변에 머무른 데 대해 "살해할 생각으로 흉기를 소지했냐"고 심문했다.

설 씨는 "그냥 얼굴 보러 갔다.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부인하더니 검사가 "7월 16일까진 살해할 생각이 없다가 범행일인 17일에 불현듯 살해 의도가 생겼냐"고 묻자 입을 꾹 닫았다.

이어 "흉기는 이동한 적 없다"는 설 씨 말에 검사가 "흉기 1개는 트렁크에, 1개는 조수석에 놓고 피해자 자택 주변에 머무르지 않았냐"며 "왜 흉기를 집에서 갖고 나온 적 없는 양 ‘이동한 적 없다’고 모호히 말하냐"고 다그치자 설 씨는 "범행일 전까지 차에만 두고 이동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고 웅얼거렸다.

또 설 씨는 "아직도 이 사건에 피해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변호인 물음에 ‘피해자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10여 초간 침묵했다.

이에 변호인은 당황한 듯 "대답하기 어려우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며 급히 심문을 마쳤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 심문 내용을 고려해 적절한 형량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니 공판기일을 늘려 달라"는 검사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2월 15일 추가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설 씨는 지난 7월 17일 오전 5시 53분께 접근 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살인·특수상해·스토킹범죄의 처벌 들에 관한 법률 위반)다. 

윤소예 기자 y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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