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달에 한두 번 로또를 산다. 다들 복권을 사는 이유는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 대다수가 이번에는 당첨되리라는 기대 때문에 그 희망을 품고 사지 싶다.

솔직히 800만분의 1이라는 확률은 길 가다 번개 맞을 정도 확률이라 내가 1등 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게 된다. 아니면 그날 꿈자리가 좋았거나 운수가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면 으레 복권방에 들러 5천 원짜리 희망 한 장을 산다.

당첨될 확률이 지극히 낮은데도 꾸역꾸역 사는 이유는 혹시나가 주는 기대감, 희망이 아닐까 한다.

1등이 되면 빚 갚고, 집도 사고, 여차하면 회사까지 때려치우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추첨일까지 희망에 가득 차 며칠을 보낸다. 그런 즐거움을 주는 일만으로도 5천 원의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다.

복권 사는 일 말고도 희망은 인생에서 큰 힘이 된다.

5년 전 자영업으로 트럭을 운영하면서 1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차를 샀다. 매달 차 할부값과 생활비를 벌려고 밤낮으로 운전을 해야 해서 피곤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결국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앞차를 들이받아 트럭이 크게 부서졌다. 다행인지 운전석을 비켜 가 목숨은 건졌는데, 장사 밑천인 트럭이 반파된 순간 도로에서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대충 사고현장이 수습되고 정비소에 들어가는 몇 시간 동안 인생이 끝난 듯한 좌절감만 밀려들었다. 망가진 차를 수리할 돈도 없었고 기댈 데도 없었기에 희망이 보이질 않았다. 희망이 보이질 않으니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무기력감과 허탈감에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그때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온 친구 놈이 어깨를 두드리며 했던 "괜찮아, 어떻게든 잘 풀릴 거야. 방법을 찾아 보자"라는 말이 힘이 됐고,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희망도 생겼다.

그 희망 때문에 그럭저럭 지금껏 잘 버텼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주변에서 여러 악재들이 겹치다 보니 내 안 어딘가가 무너지는 일이 잦았고, 스멀스멀 절망이 나를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족이든, 친구든 또는 회사 동료든 힘내라는 희망 섞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서로에게 필요한지 모르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