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대표팀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선취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했다. /연합뉴스
클린스만호가 지난 21일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 원정경기를 끝으로 올해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데뷔 첫해’ 경기 일정도 끝났다.

지난 2월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콜롬비아(2-2 무), 우루과이(1-2 패)를 상대로 치른 3월 A매치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평가전, 월드컵 예선 등 10경기에서 5승3무2패의 성적을 냈다.

시작은 ‘가시밭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 5경기에서 무승에 그치며 대한축구협회가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후 ‘최다 경기 무승’ 감독이 되는 불명예를 썼다.

클린스만 감독이 과거 독일·미국 대표팀을 지휘하던 시절 단점으로 지목되던 ‘전술 능력 부족’ 문제가 한국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애초 대한축구협회 발표와는 다르게 국내가 아닌 해외에 머물며 ‘원격 근무’를 한 데 대한 비난도 크게 일었다.

하지만 9월 두 번째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10월 튀니지(4-0 승), 베트남(6-0 승)과 평가전 그리고 11월 싱가포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1차전(5-0 승)에서 대량 득점하며 연승을 이어갔다.

2차 예선의 최대 고비로 여겨지던 중국전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펼쳐 보인 끝에 3-0 쾌승을 거뒀다.

클린스만호는 이 다섯 경기에서 19골을 몰아 넣고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는 화끈하면서도 단단한 축구를 구사했다.

취임하면서 한 "1-0으로 이기는 것보다 4-3 승리가 더 좋다"는 말을 그대로 실천해 보이는 클린스만 감독이다.

하지만 튀니지를 제외하면 상대가 워낙 약팀이라 클린스만호의 현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만큼 ‘합격점’을 주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전술 부재, 체계 없는 막무가내 공격 같은 단점이 보완됐는지 확인하기가 지금은 어렵다는 얘기다.

클린스만호는 내년 1월 2024 카타르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는 아시아 강팀들을 상대해야 한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실점하지 않거나 골을 많이 넣는 것만 가지고 어떤 문제가 해결됐다, 잘될 듯싶다고 얘기하는 건 급하다. (비교적 약팀을 상대하는) 2차 예선은 늘 이런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또 "(5연승 상대 대부분은) 우리가 선수 구성만으로도 찍어 누를 수 있는 팀이었다"며 "아시안컵 본선에서 호주·일본·이란 등을 상대로도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진짜 평가해야 할 시점은 내년 1월"이라고 말했다.

부임 후 첫 다섯 경기를 치르며 성적 부진으로 ‘코너’에 몰렸을 때 클린스만 감독이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찌 됐건, 큰 대회를 앞두고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 4경기 연속 다득점 승리의 좋은 흐름을 타 선수들의 사기가 크게 오른 점은 그 자체로 큰 소득이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전력 차를 감안하더라도 매 경기 대량 득점, 무실점을 해내는 게 쉽지는 않다"며 "아시안컵에서 이어갈 수 있는 급격한 상승세를 만들어 낸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이 (전술적 틀을 짜기보다는) 선수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대량 득점 연승의 흐름을 타게 한 것이 아시안컵에서 우리를 상대할 팀에는 더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문성 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구성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북중미 월드컵보다는) 아시안컵에 맞춰서 준비했다고 보여진다"며 "아시안컵에서 낼 일차적인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내년 1월 10일 개막하는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1월 초 다시 소집돼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