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출범 초기 인요한 혁신위는 혁신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민 관심을 끌었고, 당 분위기도 상승하며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출항 한 달 만에 조기 해산설이 나올 정도로 ‘기득권 저항’이라는 암초와 맞닥뜨리면서 중대 기로에 놓였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혁신위 요구를 외면하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한 뒤 당의 근본 체질을 바꾸지 않고서는 내년 총선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에서 혁신위를 출범시키로 하고 인 위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권을 약속했고, 인 위원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의욕적 일성과 함께 당의 체질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민 관심과 당의 기대 속에 순항했다.

인요한 혁신위는 당의 체질 전환이라는 대수술을 앞두고서 당내 화합 도모를 위해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철회 방안을 제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것을 시작으로 중진 의원 불출마와 험지 출마, 청년 의원 수 확대, 전략공천 원천 배제를 위한 상향식 공천, 과학기술계 인재 공천 같은 5개 방안을 처방전으로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혁신위 변화와 희생 요구에 핵심 당사자인 당의 중진·지도부·친윤 그룹이 침묵하거나 버티기를 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혁신위에 대한 관심도 점차 멀어진다. 비장한 각오로 내걸었던 혁신의 기치가 이른바 기득권자들의 저항으로 용두사미 조짐을 보이면서 신뢰성마저 도전받고 동력마저 떨어지는 셈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 수권정당으로서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면 혁신위 권고안을 중진·지도부·친윤 그룹이 선당후사 자세로 솔선해야 한다. 특히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와 관련해서는 국민 관심이 높은데다, 혁신의 상징적 이미지로 직결되는 만큼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의 대승적 결단이 요구된다. 이제 혁신위가 활동할 기간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혁신위는 한 달 동안 국민이 공감하는 혁신안을 제시함으로써 당의 변화를 국민과 당원이 체감토록 해야 한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환골탈태 마음가짐으로 권고안을 충실히 이행해 혁신을 이뤄 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