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아 학생들이 차량을 피해 조심스럽게 등교한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지난 24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아 학생들이 차량을 피해 조심스럽게 등교한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학교 가는 길에 인도가 없어 무서워요."

안전 통학로가 없어 등·하굣길에 경적을 울리는 차량에 놀란 경험이 있다는 A군은 "조심해서 다니지만 몇 번이나 뒤에서 차가 빵빵거려 놀랐다. 안전한 통학로가 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이야기했다.

A군 말처럼 수원시 곳곳에서 안전 통학로가 없는 학교가 눈에 띈다.

26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찾은 파장초 정문 도로 바닥은 ‘어린이보호구역’이란 문구와 함께 빨간색으로 칠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주요 등·하굣길임에도 인도는 따로 없었다. 도로 한쪽에 펜스를 쳐 차와 사람이 구분해 지나가도록 한 게 전부다. 오후 1시 30분께 학업을 마치고 나온 저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펜스 안쪽 보행로가 아닌 차도 쪽을 이용해 하교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인근에 시장도 있어 가뜩이나 차가 많이 다니고, 학교 정문이 경사지다 보니 하교할 때 킥보드를 타거나 뛰어가는 학생이 차에 부딪힐 뻔한 적이 여러 번이다"라며 "시청이나 교육청에 민원을 몇 번 넣어도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3개 학교가 같은 통학로를 이용하는 송죽초와 송정중, 송원중 인근도 사정이 비슷하다. 모두 1천200명의 학생이 오가는 통학로지만 안전 보행로가 없다.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정도의 너비 도로에 차량이나 오토바이라도 가면 이를 피하는 건 학생들 몫이다.

주민 이모(45)씨는 "인도 없는 길로 세 곳의 초·중학교 학생들이 통학하는데, 학생들을 위한 보행자도로가 없는 게 맞는 처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교육청은 위험을 인지한다면서도 모든 학교의 통학로 안전까지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파장초나 송정초 부근 통학로 위험은 알고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매년 100여 건의 통학로 안전문제와 관련한 민원이 들어오는데, 모든 학교 통학로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긴 어렵다"고 했다.

수원시에는 초등학교 100개 교, 중학교 57개 교, 고등학교 44개 교, 모두 201개 학교에 13만1천여 명 학생이 재학한다.

수원시는 재개발 따위가 위험 통학로 원인이라며 민원이 있어야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위험한 통학로가 만들어진 까닭은 구역별 재개발을 하면서 이전에 없던 통학로를 조성하기 때문"이라며 "민원이 들어오면 통학로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10월 공포한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지정과 관리에 관한 규칙’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보도와 차도를 구분해 설치하거나 관할 도로관리청에 설치를 요청하도록 명시했다.  

 안경환·허원무 인턴기자 hw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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