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런저런 모임이 참 많이도 생겨난다.

많은 자리 중 가장 반가운 자리를 꼽으라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자리가 아닐까 싶다. 각자의 바쁜 일상을 탓하며 차일피일 미루던 만남이다. 다른 어떤 모임보다 들뜨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이런 모습에 누군가는 "이렇게 기대하고 설렌다면 미루지 않고 만나면 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여전히 이유는 바쁜 일상 탓이다. 정신없이 몇 달을 보내고 친구들과 만나면 다른 문제들은 다 잊는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간 느낌이다.

친구가 모두에게 그런 존재는 아니겠지만,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그러나 요새 한국인들에게는 친구가 비교적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통계가 있다.

2023년 세계 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세계인들은 친구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78%에 달했는데, 한국인이 친구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은 56%로 낮은 편에 속했다.

친구관계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이 세계인들에 비해 한국인은 전체적으로 낮았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 결국 비슷한 결론에 이르렀다. 모두 다 바쁜 일상 탓이 아닐까.

주어진 일을 해내다 보니 친구와 교류가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고, 친구에게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 기회도 적어진다는 생각이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인연을 맺지만, 흔히들 말하는 친구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새로 인연을 시작하는 게 어렵다고 느끼면서 계속 만나던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하루의 연속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인연도 내 마음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함을 잊기보다는 지금 있는 ‘친구’ 덕에 작은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생각하기로 했다.

만나고 싶지 않아도 만날 사람은 만나고, 부단히 노력해도 못 보는 사람은 못 본다. 이런 인연들을 두고 누군가는 시절인연이라고 말한다.

어떤 시절에 어떻게 만났든 당신이 있기에 그 시절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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