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이를 팔아 온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상황이 심각하다. 관련 ELS펀드 가운데 약 8조4천억 원 정도가 내년 상반기에 만기 도래하고, 지금 수준이 유지될 경우 3조 원이 넘는 손실이 불가피하리란 소식이다. 기가 막히게도 소비자들 대부분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거액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융사들은 투자 위험을 충분히 설명·녹취하고 가입 의사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항변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년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제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금융사 608곳이 총 730건의 제재로 1천604억2천7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은행 17곳이 47건의 제재로 1위를 차지했고, 증권사 24곳이 36건의 제재를 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금융상품의 기본 내용이나 위험성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불완전판매가 주 사유다. 최근 5년간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금액은 6조 원, 피해자는 3만3천 명을 넘어섰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이유는 도를 넘어선 탐욕 때문이다. 고수익을 쫓는 금융사와 소비자의 과도한 욕망이 만들어 낸 이 시대 자화상이 불완전판매다. 물론 이윤 추구와 도전적 자세는 자본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긍정 효과도 있다. 다만, 그 과정이 유독 소비자에게만 불공평하게 적용된다는 데 문제 심각성이 존재한다. 상품의 전문성과 복잡성, 정보의 비대칭성을 보완하는 보호시스템 없이 거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기관과 달리 개인 투자자는 위험의 한계조차 모른 채 참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어떤 분야보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판매사를 감독하며,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작업이 절실한 이유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적합성 원칙’ 엄수다. 적합성 원칙은 고객의 투자 경험·목적·재산 등에 비춰 적합하지 아니한 투자는 권유하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단순한 설명 의무나 부당 권유 금지 의무보다 강력한 대책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안전하지 못한 상품을 소개하거나, 판매원이 자의적 설명이나 잘못된 정보를 주는 일이 없도록 원천 차단해야 불완전판매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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