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엔 정답이 없다. 정답을 찾아 헤매는 수많은 노력이 있을 뿐이다. 논문을 쓸 때도, 수필을 쓸 때도, 하다못해 시시콜콜한 문자를 보낼 때도 문장을 쓰는 사람의 숫자만큼 정답이 나오지 않겠는가. 

마음을 전하는 일에도 정답은 없다. 혹자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 꽃을 주고, 누군가는 말 없이 안아 주며 많은 말을 갈음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는 그 무엇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없는 2개 일을 해야 하니까.

처음 ‘서해안’ 집필을 제안 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서해안은 마음을 전하는 글이라고 생각해서다. 2주에 한 번씩 내 이름을 달고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 지면에 실린다니 여간 남사스러운 일이 아니다.

얼굴을 부비고 살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내 마음을 전하는 일이 서툴렀는데, 일면식도 없는 독자분들에게 5.8매 남짓한 분량의 글로 내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부끄러웠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기자의 짧은 소견과 글쓰기 실력도 마음에 밟혔다. 아무튼 첫 제안을 거절하고 한동안 서해안이란 코너에 내가 들어가리라는 생각은 잊고 생활했다. 하지만 몇 주 전 다시금 서해안 집필을 제안받았다. 이번엔 명령 사항이었다. 명령을 거부하기엔 명분이 부족해 받아들였다.

이제 2주에 한 번 수요일에 기자가 전하는 마음의 글이 지면에 실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지만 이왕 맡기로 한 일은 잘하고 싶은 게 나름의 각오다.

혹자는 글을 쓰면서 읽은 책이나 문장을 들이대는 일은 게으르고 졸렬한 수작이라 말했지만, 기자는 글을 쓴 경력이 짧아 일생을 글쓰기로 살아온 작가의 입을 빌리고자 한다. 스티븐 킹은 저서에서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 물론 정신 감응이다."

앞으로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읽어 주시는 분들과 더 오랜 시간 ‘정신 감응’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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