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꽤 오래전 학교에서 ‘이기심’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며칠 후 한 학생이 이메일로 이기심에 관한 좋은 자료인 듯싶다며 뉴스 기사 하나를 보내 줬습니다. 미국의 대표 관광지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모닝글로리 연못’에 관한 영국 데일리메일지 기사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모닝글로리 연못이 40여 년 만에 푸른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는 기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연못 가장자리에 선명한 노란색 띠가 형성됐고, 가운데는 붉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겁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맑고 푸른 물이 샘솟는 온천이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자연재해였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극적 변화의 원인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동전을 던지면 행운이 온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방문객들이 수십 년 동안이나 연못에 동전을 던졌고, 그 결과 연못은 더 이상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변했던 겁니다. 많은 동전이 연못 바닥에 쌓이면서 온천물이 샘솟아야 할 구멍을 막은 탓에 연못 온도가 급속도로 하강했고, 동전으로 인해 박테리아들이 자라면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아름다운 푸른색 연못이 노랗게 변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합니다.

연못 처지가 돼 보면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호열성 박테리아 번식으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요’라며 물 색깔까지 바꿔 가면서 사람들에게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데, 사람들은 그저 인증사진이나 찍는 것으로 응답했으니 말입니다.

기사 끝부분에 실린 한 관광객의 "인간의 욕심이나 호기심 때문에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지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하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동전 하나 던지는 지극히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 재앙에 가까운 불행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누구나 이기심과 이타심 모두를 가졌습니다. 이 두 개 마음이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건강한 삶을 살겠지요. 이 기사를 접하면서 저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지혜의 한 줄」(리민)에 제 마음을 들킨 듯한 예화가 있습니다.

성공한 어느 부자의 재산과 권력을 부러워하던 젊은이가 부자에게 ‘부자가 되는 비결’을 묻자, 부자는 말 없이 주방에 있던 수박을 가져와 세 토막을 냈습니다. 그러고는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젊은이, 여기 크기가 제각각인 수박 세 조각이 있소. 이 수박은 당신이 미래에 갖게 될 성공을 의미해요. 당신이라면 이 중에서 어느 것을 고르겠소?"

청년은 "당연히 제일 큰 것으로 골라야죠!"라고 했습니다. 

"좋소. 그럼 내가 제일 큰 것으로 줄 테니 맛있게 드시오." 청년에게 가장 큰 것을 주고 부자 자신은 제일 작은 걸 먹었습니다. 청년이 절반가량 먹었을 때 부자는 이미 다 먹고 나서 마지막 남은 조각을 집어 들었습니다. 청년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작은 것 두 조각이 자신의 큰 조각 하나보다 양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때 부자는 이렇게 말해 줍니다.

"젊은이. 성공하려면 먼저 포기하는 법을 배우시오. 눈앞의 이익에 욕심을 부리면 훗날 더 크고 좋은 것을 잃게 되지요. 이게 내 성공 비결이라오."

탐욕이라는 이기심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재미 삼아 던진 동전 한 닢에서 시작된 이기적인 행위가 연못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말입니다. 제일 큰 수박을 선택한 청년의 이기심이 더 큰 행운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사실에서 내 안에서 꿈틀대는 이기심이라는 탐욕을 경계하는 것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간다는 사실 또한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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