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12월 임시국회가 11일 개회한다. 국회는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2일)은 물론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9일)도 넘겼다. 또다시 헌법에서 정한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늑장 처리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발표했으나 약속대로 이행할지 불투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예산을 정쟁화하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데다, 임시국회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들을 부각하며 한 치 양보 없는 일전을 벼르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간 막판 힘 겨루기는 물론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쌍특검법’ 도입과 ‘3대 국정조사’ 실시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단 상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커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파행이 예상된다. 특히 민주당은 여야 합의 불발 시 단독안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기에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에 6개 부처 개각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맞물려 임시국회 시작도 전에 우려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예산은 투명한 절차와 심사로 결정돼 필요한 곳에 적시에 집행돼야만 그 효과가 발하고 배가 된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예산안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규 사업은 고사하고 전년 예산에 준해 고정비만 지출하는 준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여야가 20일 예산안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분야별 증액과 감액을 두고 견해차가 여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논의를 이어 간다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심의할 때 예산집행 우선순위도 중요하겠지만 재정건전성은 더 많이 고려해야 할 요소다. 상대당이나 상대당의 유력 정치인이 관심을 갖고 주력하는 예산은 무조건 삭감하고 보자는 지금까지 행태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헌법기관으로서 주어진 기본 권한이자 책무인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신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여야 소속 의원들은 마음을 열어 대화와 타협으로 합리적 대안을 짜내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