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 세상에 감동을 주는 많은 봉사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유·무형 자원을 이웃과 나눴지만 오히려 자신이 얻는 게 더 많다는 점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이를 나눈 자원봉사자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세상이 더욱 아름답게 바뀌는 신비로운 일이 일어난다. 자원봉사만이 가진 힘으로 수원시민을 하나로 묶고, 수원시 자부심과 긍지를 높인 수원시자원봉사센터 20주년을 돌아본다.

지난 6일 제20회 수원시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행사.
지난 6일 제20회 수원시 자원봉사자의 날 기념행사.

# 자원봉사 활성화 20년 발자취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20년 전인 2003년 10월 20일 문을 열었다. 개소 당시 명칭은 ‘수원시종합자원봉사센터’였다. 지역에 산재한 자원봉사자·단체들과 봉사 손길이 필요한 곳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태동했다. 수원시는 수원시자원봉사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해 센터 출범 기초를 닦고,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를 비전으로 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운영 초기 센터는 자원봉사 기반을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에 집중했다. 3년이 채 안 된 2006년 행정자치부에서 전국 자원봉사센터 중 최우수센터로 평가받으며 저력을 보여 줬다. 이후 중장기 비전과 방향을 정립하며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쉼 없이 달렸다. 개소 10년 만인 2013년 4월 장안구 정자동 옛 대한지적공사 경기본부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전하면서 종합운동장 더부살이도 마무리했다.

단독건물에 도약 디딤대를 마련한 센터는 사랑의 밥차, 노숙인 다시 서기 프로젝트, 온라인 플랫폼 운영과 같은 자원봉사활동의 내실을 다지며 국내외 도시 어려움을 함께 보듬는 활동에 집중했다. 영통구와 권선구 주민들의 자원봉사 접근성을 확대하려고 2017년 3월 영통분소 문을 열었고, 편리한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동 자원봉사 캠프도 운영했다. 2019년 7월에는 명칭을 수원시자원봉사센터로 변경해 현재 모습을 완성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개소 당시 1만2천 명 수준이던 등록 자원봉사자 수는 11월 말 기준 41만9천여 명으로 늘었다. 20년 만에 35배 증가다. 등록단체 수도 198개에서 698개로 500곳 늘었으며, 자원봉사가 필요한 수요처 역시 89곳에서 776곳으로 증가했다. 연간 누적 봉사시간은 올해 11월 말 기준 89만 시간을 기록 중이다.

# 재난·재해 현장을 보듬은 따뜻한 손길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20년간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재난·재해 현장에 서슴없이 달려가 따뜻한 손길을 전하고, 해외 국가 어려움에도 빠르게 응답했다. 신속한 구호물품 지원체계 구축과 현장 지원은 재난·재해 전문봉사단이 주축이 됐다.

2007년 말 태안 앞바다를 검은 기름으로 뒤덮었던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센터를 중심으로 한 희생과 연대의 출발점이다. 사고 발생 닷새 만인 12월 12일부터 이듬해 4월 30일까지 114일 동안 2만17명의 수원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오염된 바다를 되살리고자 힘을 보탰다. 사고 현장 중 마외(원북면 황촌리)지역에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매서운 추위에 맞서 기름 범벅이 된 바닷가를 닦았다. 누적 봉사시간만 25만 시간을 기록했고, 폐펼침막 1t과 각종 의약품, 작업복 지원이 더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센터는 유가족 슬픔을 달래고자 손과 마음을 보탰다. 이웃한 도시의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가운데 수원시연화장과 합동분향소에 7개월 동안 839명의 자원봉사자가 유가족과 조문객을 위한 급수 지원과 봉사활동을 이어 갔다.

이후로도 각종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센터를 중심으로 수원시민들의 손길이 답지했다. 자매도시인 포항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재민을 도운 2017년 11월, 산불이 할퀴고 간 강원도 고성에 도움을 준 2019년 4월, 집중호우 피해를 본 34개 시·군을 도운 2021년 8월 들 재난·재해가 있는 곳에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자원봉사 손길은 더욱 절실했다. 마스크 부족 사태에 도움을 준 천 마스크와 마스크 끈 만들기를 비롯해 방역 지원 봉사를 진행했다. 더욱이 2021년 봄부터 예방접종센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7개월간 7천166명의 봉사자가 손을 보탰다.

해외 이웃을 위한 자원봉사도 성과다. 몽골 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수원 시민의 숲’ 조성과 캄보디아 수원마을 기반시설 건립에 청소년 해외봉사단이 참여했다. 올해 초에는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원을 위해 20t에 달하는 의류, 난방텐트, 침낭과 같은 생필품을 보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예방접종센터에서 활약한 봉사자들.
코로나19 유행 당시 예방접종센터에서 활약한 봉사자들.

# 지역·사람 중심 진화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영역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지속하며 혁신 행보를 해 왔다. 물품이나 노동력 제공을 넘어 재능과 기회, 가능성과 시도를 독려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2018년 문을 연 온라인 플랫폼 ‘착한공터’는 센터의 혁신 노력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소통하고 서로의 활동을 연결하는 참여형으로 운영하는 확장형 온라인 공간이다. 자원봉사 일감을 발굴하고 연계하는 기본 기능은 물론 재능공터, 시민공터, 캠페인, 배움공터, 드림공터, 마일리지공터와 같은 구성이 더해졌다.

재능공터는 시민이 가진 다양한 능력을 자원으로 봉사와 연계한다. 타로카드 상담, 외국어 가르쳐 주기, 학습지도, 노인 손발톱 정리 등 크고 작은 모든 재능을 자원봉사화하도록 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활동하는 시민공터도 있다.

캠페인 활동도 활발하다. 수원시민과 자원봉사단체, 기업, 동아리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을 발굴·등록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2019년 수원시 3·1운동 100주년 시민문화제 연대사업 운영 ▶2020년 코로나 극복을 위한 의료진·환자 응원 릴레이 캠페인 ▶2021년 아동학대를 알리는 손동작 공유를 위한 깜빡챌린지 ▶2022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넷제로(Net Zero) 캠페인 들 매년 의미 있는 캠페인이 발굴돼 수원시의 좋은 변화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자원봉사에 집중하며 환경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였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인식을 전환하는 프로그램 ‘장난감의 재탄생’, 자원재활용 공동사업으로 진행하는 종이팩 기부봉사 ‘위더스(With Us)’, 탄소중립을 위한 나무 심기 캠페인 ‘여기어때’, 생태교통수원2013 10주년을 기념하며 생태교통문화를 확산하는 ‘생태교통 출퇴근 챌린지’ 등 환경과 접목한 시민참여형 탄소중립 자원봉사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센터 효율화와 조직문화 향상, 지역사회 공헌을 비롯한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플랫폼 기능 개선과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 문화 확산을 이뤄 냈고, 사회적 약자 개념을 확대해 사랑의 밥차 운영 지역을 지역 대학교로 확대해 호응을 얻었다. 수원시 13개 공공기관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도시재단과 연대·협력하는 첫 단추를 꿰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예우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 추진했다. 자원봉사활동 중 위험에서 봉사자를 보호하는 자원봉사 종합보험 혜택과 일정 봉사시간 실적을 달성하면 수원시와 협약을 맺은 검진기관에서 할인한 금액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도록 지원한다. 누적 1천 시간 이상 우수 자원봉사자의 경우 노고를 인정해 최대 6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현장의 수원시 자원봉사자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현장의 수원시 자원봉사자들.

# 시민 참여로 빛낼 새로운 20년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새로운 20년을 모색 중이다. 시민이 만드는 자원봉사 행복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열린 플랫폼 구축 2030’을 비전으로 달려 가는 전략을 수립했다. 사람과 현장을 중심으로 공감과 협력을 이끌고, 자율과 창의에 기반한 자원봉사를 펼치기 위한 5가지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시민 공모로 ‘봉사하는 당신! 빛나는 당신!’이라는 슬로건도 선정했다.

자원봉사단체와 수요처 특성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자원봉사 생태계를 확고히 하고, 자원봉사포럼을 비롯한 지속가능한 소통체계를 만드는 들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또 시민 참여 플랫폼 활성화와 자원봉사자 교육, 마일리지 시스템 정비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 두 번째다. 

착한공터와 같은 수원시만의 특화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를 대상별로 홍보해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세 번째 과제다. 아울러 참여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포상과 지원 확대로 참여 동기와 전문성을 강화하는 네 번째 목표와 운영 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하는 마지막 목표까지 세부 과제를 수립 중이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지난 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겸한 수원시자원봉사자의 날을 개최해 비전과 계획을 알렸다.

최영화 센터장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내년 더욱 새롭고 빛나는 봉사활동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진행하겠다"며 "실천으로 나눔을 실현하고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전파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 <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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