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다가오면 호빵이나 붕어빵이 생각난다. 어릴 때 호호 불어 먹던 호빵과 붕어빵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간식이었다. 특히 엄마 손을 잡고 걷다가 길거리에서 먹으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나는 팥을 싫어한다. 팥죽도 잘 먹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팥호빵 대신 피자호빵을 찾아 헤맸고, 붕어빵은 팥을 살살 골라내고 밀가루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붕어빵은 길거리보다는 카페를 찾는 게 더 빠르고, 호빵은 슈퍼마켓보다는 더 많아진 편의점에서 찾는다. 가격도 예전에는 300원, 500원이었지만 지금은 1천 원을 훌쩍 넘긴다. 물론 물가가 올랐으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릴 적 300원, 500원에 길거리에서 사 먹고 슈퍼마켓에서 사 먹는 붕어빵과 호빵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사람은 추억을 뜯어 먹으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점점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고 서로 간 정이라는 글자가 희미해지면서 더욱 추억에 매달리는 듯싶기도 하다. 

그래서 ‘라떼’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을지도 모른다. 기자 역시 이제는 라떼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30대 중반이 됐다.

지금은 추억을 되새기는 일을 꼰대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옛날이 그리워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은 붕어빵과 호빵을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은 1개가 아닌 여러 개를 사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일이 드물어졌다. 많은 생각들을 하고, 걱정들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누구나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추억을 되새기는 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 무언가 휴식처나 안식처가 돼 하루를 버티는 힘을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몇 시간 뒤를 걱정하고 내일을 걱정하고 이번 주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붕어빵과 호빵을 사 먹으면서 가장 철없었던 시절 기억을 잠시 소환해 보라고.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