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백승국 인하대학교 교수

미국의 주간 잡지 피플(people)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옷을 가장 잘 입는 사람, 가장 매력적인 사람을 선정하는 평가 항목을 제시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2023년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매력적인 남자로 57세 영화배우 패트릭 뎀프시가 선정됐다.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서글서글한 미소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중년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 배우라는 평가다. 나이의 흔적인 흰 머리와 눈가의 주름이 편안한 미소와 잘 어우러져 중년의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다.

피플지는 2023년 매력지수를 평가하는 항목으로 사람들의 목소리와 냄새 그리고 신체적 언어인 제스처를 제안했다. 매력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목소리, 냄새, 제스처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타인의 눈길과 관심을 유도하는 매력의 첫 번째 열쇠는 목소리다. 

남을 가르치고 지시하는 명령조의 까칠한 말투보다는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하는 대화형 목소리 톤이다. 갑론을박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남의 의견을 무시하는 핏대 세운 목소리는 소음이다. 목소리 톤을 낮추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대화형 목소리가 로맨틱하다.

두 번째 열쇠는 냄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냄새를 지녔다. 담배, 술, 땀, 옷에서 풍기는 냄새를 섬세하게 관리하는 사람이 첫인상을 좋게 남긴다. 누구나 한두 번은 지하철·버스·엘리베이터의 밀폐된 공간에서 짙은 화장과 진한 향으로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거북하지 않은 깔끔한 향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 열쇠는 신체적 언어다. 남을 배려하는 세련된 매너의 작은 제스처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사무실, 식당, 비행기, 버스, 기차, 상가, 영화관, 공연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작은 몸짓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사람이다. 가식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작은 몸짓이 좋은 인상을 남긴다.

흥미로운 사실은 매력지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꼰대 기질을 발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꼰대는 백작을 지칭하는 프랑스어 꽁떼(comte)가 변형돼 만들어진 신조어다. 

꼰대가 함축하는 의미는 권위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으로 갑의 위치에서 안하무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이 아니라, 명령하고 지시하는 주입식 소통 방식이다. 상대방의 일과 취미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끊임없이 잘난 체하고 남을 낮춰 보듯이 행동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직장에서 꼰대 성향을 엿보는 평가 지표 중 하나는 말투다. 말투의 사전적 의미는 말을 하는 버릇이나 모양새를 지칭한다. 꼰대는 논리 기반의 부드러운 설명형 목소리가 아니라, 지시하고 강요하는 권위적인 말투 모양새를 가졌다. 권위적인 말투의 리듬과 억양은 마치 거친 언어의 랩으로 들린다.

꼰대 성향의 또 다른 지표는 간섭이다. 꼰대들은 직장에서 굳이 안 해도 되는 조언과 충고를 거침없이 한다. 경험을 먼저 했다는 명분으로 민감한 문제에 간섭하고 조언하면서 오지랖을 넓힌다. 직장에서의 오지랖은 간섭이고 상징적 폭력에 해당한다. 자신의 박제된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간섭하는 상징적 폭력이다.

직장인 44.8%는 꼰대가 될까 두렵고, 47%는 ‘나도 언제가 꼰대가 될 듯하다’고 대답했다. 꼰대 성향을 엿보는 지표로는 말투가 87.0%로 가장 많이 꼽혔고 가치관 75.9%, 오지랖 74.1% 따위를 언급했다.

반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은 ‘나이가 많다고 다 꼰대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꼰대의 두려움과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피플지가 제안한 목소리, 냄새, 신체적 언어를 매일매일 관리하는 자기 절제의 아름다운 모습이 중요하다.

2023년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나의 매력지수와 나의 꼰대지수는 몇 점인지 뒤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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