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 /사진 = 연합뉴스
의료인력. /사진 = 연합뉴스

"몇 달째 사람을 구하는지 모르겠어요."

14일 만난 A병원 관계자의 토로다. A병원은 10여 명의 전문의를 갖추고 20년 넘게 경기도내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잇따라 퇴사해 인력난에 시달린다. 

A병원이 간호사를 구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부터다. 2년이 다 됐지만 단 한 명의 간호인력도 못 구했다. 간호인력을 구하면 다른 간호사가 그만둬 채용과 퇴사를 반복한 건 3년여째다.

A병원 관계자는 "새로 간호사를 구해도 1∼2년이면 그만두고,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며 "간호사 공백이 길어지면서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했다. A병원이 충원할 간호사는 3명이다.

100병상 규모의 B병원도 최근 간호사들이 ‘업무가 고되다’며 사직서를 낸 상태다.

B병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90% 이상의 병상을 가동했지만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 보니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다.

간호사 인력난은 간호사 수 부족이 아닌 ‘업무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지역 한 개인병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 그만둔 30대 간호사 김모 씨는 "간호사 자격증을 딴 직후에는 야간이나 연장근로 수당이 없어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 매진했다"며 "그러나 연차(경력)가 쌓여도 급여는 오르지 않고, 적은 간호인력이 수십 명의 환자들을 돌보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건 변함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개인병원에서 근무하다 직종을 바꾼 20대 이모 씨는 "근무자가 부족하면 새로운 간호사를 추가로 뽑아야 하는데, 병원 쪽에선 정해진 인원으로만 운영해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개원하는 대학병원 쪽으로 간호인력이 몰리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낸다.

C병원 관계자는 "개인병원과 다르게 급여와 수당, 복지가 잘 갖춰진 대학병원이 개원하면 대부분 간호사들의 관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도간호사회 관계자는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아 이직이 잦거나 근무기간이 짧아 문제가 더 심해진다"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적정 채용 인원을 규정하는 법도 없다 보니 간호사들 업무 강도만 높아진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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