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준비위원장

인천에 사막이 있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 중 하나인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다. 사막처럼 겨울 북서풍이 불면 모래가 날린다. 움직이는 활동사구다. 산을 오르는 클라이밍툰(Climbing Dune)이다. 대청도에서는 모래날림으로 학교를 이전하기도 했다.

해안사구는 해안 백사장에서 모래가 바람에 날려 쌓인 언덕이다. 2016년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인천에는 최소 18개 해안사구가 있다. 대청도, 덕적도, 굴업도, 대이작도와 사승봉도, 볼음도와 주문도 그리고 가까운 무의도에도 해안사구가 있다. 겨울이면 하나개해변에서는 모래가 날린다. 방갈로, 주차장이 들어선 해변 뒤 소나무 숲이 바로 해안사구다.  

건강한 생태계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인천은 육지이면서 바다이고 섬이다. 한남정맥으로 대표되는 자연녹지가 있고, 2개 국가하천과 30개 지방하천이 있고 갯벌이 드넓다. 정말 다양한 공간 구성이다. 다양한 구성 중 하나가 모래이고 해안사구다. 무관심한 사이 해안 개발, 도로 개설, 모래 채취로 많이 훼손됐지만 아직 모래가 있고 해안사구가 남았다.

생물 서식 공간으로의 해안사구는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사막이나 사구는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그곳에서만 사는 생물종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터전이다. 서해안모래풍뎅이, 해변메뚜기, 왕명주잠자리 등 곤충들과 통보리사초와 좀보리사초 등 식물의 터전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닻무늬길앞잡이, 해양보호생물 달랑게는 해안사구와 연결된 모래해변에 서식한다.

대청도 처녀는 모래 서말은 먹어야 시집 간다고 했다. 모래언덕은 주민들의 삶과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길이 1.6㎞, 폭 600m로 우리나라 최대 활동사구였던 옥죽포 해안사구는 방풍림을 심기 전엔 산 전체를 덮을 정도였다. 지금 대청도 옥죽포 해안사구에서는 모형 낙타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독특한 자연경관으로 여가와 힐링 장소로 관광명소가 됐다. 해안사구가 관광자원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복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인천시는 선택적 방풍림 제거 등 옥죽포 해안사구 복원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모래가 파랑과 바람을 만나 연흔을 만들고 바람에 날린 모래는 층리를 형성한다. 연흔과 층리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조개들(boring shell)과 함께 바위가 되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지질자연학습장이다. 해안사구는 육지환경과 해안환경의 전이대로 국토 해안선을 보호하기도 한다. 태풍이나 해일 등 기상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천연제방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해안침식은 발생한다. 인천에서도 강화 볼음도에서는 해안사구와 방풍림이 무너지고 장봉도 옹암해변, 대이작도 작은풀안과 큰풀안, 영종도 해안에서도 모래 유실과 해안침식이 발생한다. 이제 모래해변과 해안사구 등 해안에 대해 체계적인 조사·연구, 모니터링과 함께 보호·관리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국민 인식 증진에 나서야 한다.

충남 태안군은 신두리 해안사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조례를 제정·운영한다. 사구센터 시설 관리·운영 조례, 해안사구 생태해설사 운영·지원 조례, 해안사구 관리·지원에 관한 조례 등 사구의 보전과 복원, 모니터링과 조사·연구, 관리계획 수립을 구체화했다. 지난 4월 해안사구 심포지엄에서 인천시는 4월 9일을 사구의 날로 제정해 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했다. 11월에는 전남 신안군 주최 국립사구센터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지금 지구는 기후위기이며 생물다양성 위기상황이다. 자연환경의 다양성 보전과 복원은 하나뿐인 지구에서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IPCC 특별보고서 채택 이후 전 세계가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나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올 7월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열대화를 선언했다. 해수면 상승과 더 강력해진 태풍은 더 심각하게 해안을 위협한다. 자연성과 다양성 회복이 기후위기 대응과 적응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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