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신 인천대학교 교수
안혜신 인천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2024년이 되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드디어 1천만 명에 도달하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0년 한 해에만 국내 65세 이상 노인 3천39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전체적으로는 한국의 노인자살률(인구 10만 명당 46.6명)은 OECD 국가(평균 17.2명) 중에서도 압도적 1위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노인을 위한, 노인의 시대가 있었을까? 불과 60여 년 전인 1960년대 평균수명이 52.4세였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오늘날과 같이 100세를 바라보는 노인들이 많은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게 맞다. 2010년 노인인구 비율이 23%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100세 이상 고령자가 4만여 명에 이르는 장수대국 일본의 경우 노인을 고려한 제도와 다양한 복지시설, 유니버설 디자인 연구가 일찍부터 시행돼 사회적 적용과 시도가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반대로 핵가족화에 따른 홀몸노인 증가와 가족 간 대화·관심 부족 등 고령화시대 문제도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한국의 고령화는 미국·프랑스 등 기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돼 고령인구 비율이 14%(고령사회)에서 20%(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년여에 불과했다. 이러한 고령사회에서 행복한 노년이란 무엇이며, 노인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노인복지 정책에서부터 노인 삶과 행태에 대한 이해와 산업적 측면까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으로는 신체적 노화를 들 수 있는데,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근육의 20~40%가 감소하는데, 70세가 되면 30세에 비해 30% 감소하고 폐활량도 17% 떨어진다. 시각과 청각도 약화되고, 반응 속도가 늦어지고 동작이 서툴러진다. 수리적인 능력보다는 언어적인 능력에서 영속성을 보이지만, 새로운 사태에 대한 학습능력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정년에 의한 은퇴와 함께 사회적 역할의 만족감을 상실하게 돼 과거사 집착이 증가하고 정신적·사회적 흥미가 줄어들며, 물질적인 흥미와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다. 또 육체적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실제 노인 체험을 통해 노인을 위한 디자인을 실현하는 패트리샤 무어는 노인들은 컵을 집어 들 때도 손이 떨려서 놓칠까 봐 힘들어하지만 어린 애들과는 달리 도움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이로 인해 노인들은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무인 계산대, 카카오페이, 전동킥보드 등 우리 일상에 스며든 디지털 도구들은 편리함을 내세우며 휴대전화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일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디지털 소외계층이 생기며, 노인들 대다수도 이에 속한다. 실제로 55세 이상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국민 평균 58.3%라고 한다. 절반의 노인들은 우리에게 당연한 일상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는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이 스스로 일상을 즐기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신체 능력을 고려한 안전한 사용성과 이해되기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하기 편한 직관적 사용 편의성 그리고 노인들만 사용할 법한 디자인이 아닌 범용적 디자인이다. 이처럼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도록 공간의 모든 물건, 건물 등 공간·구성 요소를 디자인하는 물리적 디자인을 통해 노인들이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소셜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디자인의 힘으로 문제가 되는 것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명을 갖고 디자인으로 고령화사회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영국의 디자인 카운슬이 진행하는 사회서비스 프로그램 ‘인디펜던스 메터스(Independence Matters)는 ‘지역사회, 공유, 우정, 집, 경험, 음식, 야망’을 키워드로 고령화와 노후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활동 프로그램이다. 노인들이 직접 만들어 나가는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예전처럼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인생을 즐길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은 디자인이 사회적 약자나 노인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누구나, 즉 노인들 또한 사회의 중심이 되는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편안하면 행복하면 국민 모두가 편안한, 그러한 디자인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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