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들의 조그마한 실수를 나무라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는가. 안전과 관련되면 부모들의 목소리는 험악함으로 가득 차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그렇게까지 혼나야 했을까? 그렇게 문제를 삼고 혼을 내야 하는 실수였는지 생각하면 부끄럽지 않은가.

우리 모두 살면서 실수를 한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인데 당연히 실수하기 마련이다.

한데 실수에 대한 사회적 반감은 막강한 수준이다. 한국 사회는 실수를 실패와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 ‘패배자’로 낙인찍어 배척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이 탐탁지 않지만 가정이나 학교, 사회생활에서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누구나 해야만 한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시발점은 어려서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작은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를 처음 겪는 장소가 학교다.

문제를 틀리는 건 배워 가는 단계니 어쩔 도리가 없지만, 점수로 아이들의 실수를 평가해 학교에서의 위치를 결정한다. ‘실수는 나쁘다’는 말도 안 되는 개념을 주입하는 교사들 역시 그렇게 배웠으니 어쩌겠는가.

정보화사회가 도래하면서 수많은 것들이 시시각각 변하지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교육은 철옹성처럼 그 자리에 버틴다. 문제풀이 실수를 득달같이 빨간색 X자로 그어 버리는 잔인함의 시작은 과연 언제부터였는지 의문이다.

실수하지 않으면 배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청년들이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는 비판 역시, 과연 그들이 그럴 환경이었는지 반성해야 할 문제다. 시험 점수를 몇 점 받는지는 중요치 않다. 실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스스로 깨우치도록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 거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는 더욱 정확히 드러난다. 수만 번 실패 끝에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발명을 한 인물이 한둘이랴.

한 가지 더 거론한다면 동료를 모아 합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척하는 시험 시스템 역시 문제가 많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시험시간만큼은 우리 아이들을 외롭게 혼자 모든 상황을 해결하라고 떠민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으니 서로 보완하고 가르쳐 주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주장은 세미나에서나 들을 법하다.

분명한 건 실수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실수는 환영받아야 한다. 실수를 하고도 모른 척 지나가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문제는 있다. 이를 일깨워 주는 게 어른들의 책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어떤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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