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2023년 한국프로야구 우승팀은 LG 트윈스였다. 29년 만의 우승에 모두가 감동하고 환호했다. 선수단과 보이지 않는 스태프, 지원단, 연고 팀을 응원한 팬들 모두의 합작품으로 어떠한 영화보다도 감동적이다. 29년의 미담이 하나둘 소개되면서 명문 팀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에서는 MC이며 영화배우인 김혜수 씨가 있다. 영화인의 축제인 대종상에서 30년간 사회를 본다는 것은 엄청 대단한 일이다. 외모뿐만 아니라 센스와 재치, 입담, 심지어 대중과 상을 받는 모든 배우들에게 응원과 격려까지 담아야 하는 자리이며 전 국민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한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그 자리에서 영화인을 축복하는 엄청난 자리다. 어쩌면 영화배우로 성공보다도 더 돋보이는 자리였다. 청룡영화상이 하이라이트까지 모두 시상한 이후 멋진 정우성 배우가 등장해 별도의 ‘청룡영화상’을 전달하는 장면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최고 자리에서 물러설 줄 아는 멋진 배우와 그 멋진 배우를 기억하는 주최 측의 배려. 영화인들은 "청룡영화상의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인 시간이었다"고 한다.

야구 이야기로 돌아가면, LG 트윈스 우승을 29년 기다린 팬들과 연고 팀을 응원하는 다른 팀의 팬심에는 차이가 없다. LG 구단주의 축하선물과 축하주가 화제가 되고, 우승하는 그날(11월 14일) 서울 팬들에게는 어떠한 선물보다 소중한 감격의 날이며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다시 하나가 되고, 추운 날이었음에도 자리를 뜨는 팬은 없었고 모두가 감동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었다.

오지환 선수도, 단장도, 감독도 모든 우승의 공을 선수와 지원단, 팬들에게 돌리는 멋진 LG 야구단. 우승의 시작이 아니라 왕조를 다짐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인천 연고 팀을 비교하게 된다.

사람은 변할 수 있고 떠날 수 있으며 어쩌면 다 떠나야 하지만, 떠나고 떠나보내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서 떠나는 사람에게 감동과 고마움을 줄 수 있고, 다시는 안 보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금융위기에도 구조조정 한답시고 많은 사람을 강제(?)로 떠나보냈던 회사도 있고, 보듬고 감싸 안았던 회사도 있었다. 야구팀도 선수를 보듬기도 하고 떠나보내기도 한다. 인천 야구의 자존심은 인천고와 동산고였던 시절도 있지만 인천 연고팀 야구에는 인천의 자존심, 김강민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되는 상황-원클럽맨 레전드의 매끄럽지 못한 강제 이적 과정. 선수와 구단 양측 모두 잃은 게 많은 ‘마이너스 게임’이 됐다. 구단과 선수의 엇갈린 타이밍과 소통의 문제.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시간을 응원하고 기다린 인천 팬들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고팀에서 은퇴까지 하는 선수가 많지는 않지만 팀의 상징적인 선수와 팀 컬러를 상징하는 선수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사기와 팬을 위해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

선수들이 최고일 때 내려오지 않은 것을 탓할까? 김혜수가 아니라고?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을 따지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스포츠에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 우승만이 아니라 그들을 응원하는 연고 팀의 팬심은 가격으로 산정하지 못하는 엄청난 파급력이 있다. SK 야구단 시절 김성근 감독의 시즌 중간 교체로 팬들의 이탈과 지금의 김강민 선수의 이적까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못된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떠나게 한다. 이런 방법은 인천 야구의 팬심을 잃게 한다. 눈에 보이는 이익만을 따져 팀의 원클럽맨 레전드 선수를 하루아침에 ‘너 못 하니 가라’는 식으로 마구 갈아치운다. 연고 팀에 남은 선수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줄 순 없을까. 떠나보내는 방법이 마음을 다치지 않아야 좋은 기억이 된다.

김혜수의 멋진 퇴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영화제의 기억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 연고팀도 그러한 배려를 한다면, 야구팀·축구팀·배구팀 할 것 없이 우리 사회 모두 방법의 차이를 아는 따뜻한 배려를 할 수 있다면 떠나는 사람들의 멋진 퇴장과 준비를 응원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목적과 욕심만 채우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해고와 해직, 다 해당한다. 올해만큼 내년도 힘들겠지만 떠나보내는 방법이 눈에 보이는 이익만이 아니고 사람을 배려한다면 그 회사는, 그러한 팀은, 그러한 사회는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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