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샐러리캡(연봉총상한제)이 시행 1년 만에 변화 요구에 직면했다.

샐러리캡 도입을 주도한 10개 구단 중 다수가 이번에는 손질해야 한다고 태도를 바꿔 비판 의견도 나온다.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020년 1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를 위해 샐러리캡 제도를 2023년부터 전격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연봉·옵션 실지급액·FA 연평균 계약금) 상위 40명 평균 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인 114억2천638만 원을 샐러리캡 상한액으로 설정하고 이를 2023년부터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샐러리캡 상한액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재논의한다고 덧붙였다.

KBO 사무국이 20일 발표한 시행 첫해 샐러리캡 소진율을 살폈더니 10개 구단 모두 샐러리캡 상한 이하로 연봉을 지급했다.

샐러리캡 상한을 초과하면 각 구단은 횟수에 따라 벌금을 초과액의 50∼150% 내야 하고, 두 번째·세 번째 위반 때에는 이듬해 신인 1라운드 지명권 9라운드 하락이라는 벌금보다 더 큰 ‘죗값’도 치러야 해 10개 구단은 상한액을 준수했다.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한 두산 베어스(111억8천175만 원)를 비롯해 SSG 랜더스(108억4천647만 원), LG 트윈스(107억9천750만 원), 롯데 자이언츠(106억4천667만 원), 삼성 라이온즈(104억4천73만 원) 5개 구단은 상한액을 불과 약 2억5천만∼10억 원 남겼다.

아슬아슬하게 상한액 이하로 연봉을 묶은 셈이다.

올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는 현재 전력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내년 연봉 총액은 샐러리캡 상한을 무조건 넘을 게 자명하다. 상한액에 근접한 다른 구단 중에서도 샐러리캡을 초과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행 1년 만에 제도 운영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구단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야구계에 따르면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이 샐러리캡 상한액 조정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2개 구단은 반대, 1개 구단은 아직 의사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샐러리캡 도입 결정은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전염병이 확산하던 시기에 이뤄졌다. 리그 평준화를 앞에 내세웠지만, 그보다는 각 구단의 모기업이 코로나19 시대 불투명한 경제 상황을 우려해 야구단에 돈을 쓰지 않기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가면서 구단의 셈법도 달라졌다.

올해 프로야구는 관중 810만326명을 동원해 5년 만에 관중 800만 명을 회복하고 역대 최다 관중 3위 기록을 썼다. 여기에 경제 상황도 나아지면서 프로야구단을 거느린 모기업이 적극 투자할 토대가 다시 마련됐다.

분위기가 바뀌자 공격적인 투자로 전력을 보강하려면 샐러리캡을 손봐야 한다는 견해가 구단 사이에서 힘을 얻었다.

이제 막 시행한 샐러리캡을 폐지했다가는 모기업 사정에 따라 프로야구 정책 혼란만 부추겼다는 ‘회초리’를 피하지 못해 10개 구단은 내년 1월 열리는 KBO 이사회에서 제도를 유지하되 상한액을 현실에 맞게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리라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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