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명문 구단인 수원 삼성의 팬들이 ‘큰형’으로서 이제 막 10살이 된 수원FC ‘동생’을 배려해준다면 수원 시민, 더 나아가 한국 축구 팬을 위한 전진 아닐까요?"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 팬을 향해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공동 사용’을 호소했다.

수원종합운동장을 사용하는 수원FC는 그간 노후한 시설과 열악한 관람 환경 등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수원종합운동장은 양쪽 골대 뒤편의 관중석 시야가 제한돼 그간 간이 홈 관중석을 설치해왔다.

이에 수원FC는 수원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쓰는 대안을 타진한다. 절차상 걸림돌은 없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운영 주체는 수원 구단이 아닌,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다. 재단 규정에 따르면 누구나 재단에 대관 신청이 가능하다. 수원 역시 재단을 통해 경기장을 대여하는 상황이다.

수원FC의 K리그1 경기와 수원의 K리그2 경기가 겹치지 않는다면 수원FC의 대관에는 물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구단이 홈 경기장 변경을 신청한다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실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기존 K리그1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해온, 국내 최고 수준의 경기장인 만큼 연맹이 요구하는 시설 요건도 큰 문제 없이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4개국 친선대회(수원컵)를 개최해 하루에 두 경기씩 진행했던 만큼 두 팀의 더부살이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또 수원과 수원FC는 2014년과 2020년 잠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동거’한 경험도 있다.

다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그동안 ‘수원 삼성 블루윙스’의 ‘빅버드’로 고유명사처럼 인식된 만큼 수원 구단과 팬들의 마음을 얻어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 단장은 수원종합운동장을 ‘그라운드 외에는 총체적 난국’ 수준으로 규정하며 한국 축구의 발전을 내세워 팬들의 배려와 이해를 부탁했다.

그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좋은 시설을 같이 쓰면서 활용도를 높인다면 수원시민에게 멋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더 나아가 수원의 축구와 한국 축구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큰형’이나 다름없는 전통 명문 구단 수원이 이제 막 10년을 채운 수원FC를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FC는 다음 시즌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1 수원FC 홈 경기와 K리그2 수원 홈 경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본격적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장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24시즌 일정을 발표하는 내년 1월 하순이 되기 전 홈구장 변경 승인을 완료해야 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과 수원 구단,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을 비롯해 양 팀 팬과 각종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원FC는 해가 지나기 전 관련 절차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수원FC의 움직임에 대해 수원 구단은 반발하고 있다.

수원 관계자는 "수원FC 구단으로부터 공식 제안이 온 적도 없고, 논의한 바도 없다"며 "스폰서, 팬덤, 구단 정체성을 고려할 때 빅버드 공유는 수원의 생존권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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