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자와 취약계층이 무료 급식을 기다린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21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자와 취약계층이 무료 급식을 기다린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체감 온도가 -20℃에 달하는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21일 오전 수원역 일대.

지하철 4번 출구 앞 계단에서 앉아 있던 70대 노숙인 A씨는 막걸리를 한 손에 쥔 채 허공을 바라봤다.

3년간 수원역 일대에서 노숙을 하는 A씨는 "나는 이미 사회적으로 끝난 밑바닥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남은 가족들에게 알려져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수원역 대합실 쪽 허름한 옷을 입은 채 계단에 걸쳐 앉아 있던 노숙인 B씨는 "자유도 없이 통제만 하려는 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배가 고프거나, 힘이 너무 들 때에는 시설에 잠깐 들렀다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파가 몰아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숙인들이 복지와 자립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자활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서 시간을 보낸다.

경기도와 일선 시·군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활동하는 노숙인은 올 11월 기준 총 806명(거리 노숙인 178명, 일시보호·고시원 119명, 시설 노숙인 509명)이다.

도내 노숙인을 위한 시설 현황은 총 16개소로 ▶자활 시설이 6개소 ▶재활 시설 3개소 ▶요양시설이 1개소 ▶종합센터 3개소 ▶일시보호 1개소 ▶급식 2개소다.

도는 각 시·군과 연계해 노숙인을 대상으로 보호물품 지급과 숙식, 건강관리 따위를 지원한다.

그럼에도 일부 노숙인들이 시설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통제를 받아 답답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시설 관계자는 설명했다.

30명의 노숙인들을 수용하는 자활시설 안나의 집 관계자는 "오랫동안 일을 하지 않았던 노숙인들이 일에 어려움을 느껴 다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노숙을 하며 했던 행동(흡연, 음주 따위)들에 일부 제약이 커 이를 힘들어 해 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선미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을 위한 기관과 제도가 많음에도 지금까지도 잘 활용되지 못한 건 노숙인들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물질적인 지원과 자활 시설 인계 만이 아닌 상담·주거 일자리 지원과 같은 정책을 다각화해 다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허원무 인턴기자 hw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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