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나이가 들면서 나에겐 없을 듯했던 신체 문제들이 예외 없이 나타나는 현상 앞에서 세월 앞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신체에서 불편한 부분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발전된 현대기술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많은 자료를 입력해 개발되는 진단기술이나 영상판독기술은 진단을 정확하게 내려주고, 영상을 판독해 주며, 처방도 해 주는 수준까지 왔다.

관절이 문제가 되면 인공관절로 대신해 기능을 하게 해 준다. 청각 기능이 저하되면 보청기가 기능을 대신해 준다.

많은 의료기기가 개발됐음에도 모든 세세한 문제까지 해결하진 못하기 때문에 인체를 대신할 부속품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나이가 들어도 어느 정도는 이런 기계들의 도움으로 불편함 없이 삶을 즐기리라 본다. 그러나 이런 부속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진 않을 것이다.

태어난 신체 그대로 많이 부속품을 사용하지 않고 사망하는 것도 축복이며 무한한 노력의 결과다. 물론 건강하게 사회활동 제한 없이 살다가 사망함을 전제로 한다.

신체 기능은 기계로 어느 정도 대체한다고 해도 인지 기능은 부속품으로 대체 불가하기 때문에 저하시키지 않고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을 따로 분리할 수 없고 유기적으로 얽혔다.

특히 노인은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 인지 기능도 함께 저하된다. 그래서 신체 기능을 촉진하는 운동, 사회활동을 권장한다.

운동과 사회활동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지만, 신체 기능이 이 정도를 하게 허락하는 것도 축복인 듯싶다.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인지 저하 노인에게 도움이 되는 로봇이 대화를 하고 심심하지 않게 해 준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 노인도 있지만 좋아하는 노인이 더 많다. 자녀도 안부를 묻지 않는데, 로봇은 아침·저녁 인사를 해 준다. 노래도 해 주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너무 간단하고 로봇이 주도적이지 않기 때문에 흥미를 잃는 노인도 있지만 다수가 좋아한다. 어떤 분들은 강아지 돌보듯 로봇에게 옷도 입히고 자리도 따로 마련하고 소중히 여긴다. 로봇이 점점 진화하면 사람보다 더 신뢰할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금쪽 같은 내 새끼’에서는 코끼리가 아이들과 대화한다. 이 코끼리는 로봇이라기보다는 AI 스피커 같은 느낌이지만, 코끼리의 질문에 아이들은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다. 아이들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부모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정과 반응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상호작용한다면 축복받은 인생이겠지만, 서로 바쁘고 외부로 나가기는 어렵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자연히 상호작용 기회는 감소한다. 이럴 때 상호작용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이 사람이든 기계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오히려 이런 기기가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계나 보조기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계 의존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면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야 한다. 기계가 우리 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는 있어도 사망을 막지는 못한다.

그저 기계의 도움으로 최대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올 한 해도 건강한 마무리와 새해 목표로 건강한 생활 실천 한 가지씩을 세워 보는 일부터 시작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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