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인천아카데미 이사장
최순자 인천아카데미 이사장

인천시는 2025년 대한민국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한 준비를 한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유치 의사를 밝힌 도시는 인천, 부산, 제주, 경북 경주다.

1990년대 구소련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경제적 이해관계 중심으로 일어난 세계 질서가 바로 세계화(globalism)와 지역주의(regionalism) 현상이었다.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아시아·태평양(아태) 경제협력체)은 아태 지역의 경제성장, 협력, 무역·투자 촉진을 위한 포럼이다. 

21개 회원국으로 구성한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국내총생산(GDP)의 약 60%,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1993년 유럽 국가 중심의 유럽연합(EU)과 1994년 미국 중심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대별된다. APEC은 역내 무역자유화 조치 혜택을 역외국에도 적용하는 상호주의와 개방적 지역주의를 추구했다. APEC 가입국은 ‘국가’가 아닌 ‘경제 주체’이므로 회의장에는 가입국 국기 게양이나 국명을 표시하지 않는다. 또한 G20과 같은 정상회의(Summit)가 아닌 경제 지도자 회의(Economic Leader’s Meeting)로 표기한다.

1989년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12개국 장관급 회의로 출범한 APEC은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회담에서 무역투자 장벽을 낮추고 아태 지역 공동체 구상과 협력을 통한 번영 방안을 제시했다. 또 회원국의 대학·연구기관에 APEC 연구센터를 구축해 학술 토론회를 했으며, 싱가포르에 APEC 사무국을 설치했다.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정상회담에서는 아태 지역 무역투자의 개방과 자유를 약속했다. 

1995년 일본 오사카회의에서는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ABAC)를 설치해 각 회원국 출신 기업인 3인이 자문을 맡게 했다. 2001년 중국 상하이에서는 다섯 개 국제기구(유로스타트, IEA, OLADE, OPEC, UNSD)와 공동 석유 데이터 엑서사이즈(Joint Oil Data Exercise)를 출범시켰고, 2005년 대한민국 부산회의에서는 공동 기구 데이터 이니셔티브(JODI)를 발족했다.

APEC 회원국 21개국 외에 인도·방글라데시·파키스탄·스리랑카·마카오·몽골·라오스·캄보디아·코스타리카·콜롬비아·파나마·에콰도르 등은 회원국을 희망한다. 

2023년까지 각 회원국에서 34회 APEC을 개최했는데, 2019년 칠레 회의는 칠레 시위 여파로 취소됐고 2020년(말레이시아)과 2021년(뉴질랜드)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화상회의로 열었다. 2024년에는 페루 쿠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1991년 대한민국 서울 개최에는 미국 등 15개국이 참여했으며 중국·타이완·영국령 홍콩이 모두 APEC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또 ASEAN 사무국, 태평양경제협의체(PECC:The Pacific Economic Cooperation Conference)와 남태평양포럼(SPF:the South Pacific Forum) 국가들이 참관국으로 초청됐다. 2005년 APEC 개최는 서울·부산·제주의 각축 속에 부산으로 결정됐다. 

APEC은 정상회의 외에 외무·통상 합동 각료회의, 통상·재무장관회의 등 부문별 각료회의, 고위관리회의, 각 위원회와 전문가 그룹회의, 워크숍 등 1만5천 명 이상 참여의 매머드급 회의이므로 유치 도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다.

1991년 서울과 2005년 부산의 APEC 유치 경쟁을 보면 유치 도시의 개최 당위성, 도시민의 열정과 조직적 협력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타 도시와 변별력이 없는 요소들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인천만이 가진 ‘차별성’인데, 다음이 아닐까 제안해 본다.

첫째, 접근성이다. 인천국제공항(ICN)에서 25㎞ 떨어진 인천은 회의 장소, 숙소, 안전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최적지다. 특히 인천공항은 21개 참가국 중 러시아(현재 전쟁 중)와 칠레·페루·파푸아뉴기니(중간 연결편) 4개국을 제외한 17개국에서 직항편이 연결돼 접근성이 최고다. 

둘째, 지방 도시와 인구 측면에서의 경쟁력이다. APEC은 유치국의 수도 다음으로 지방 도시에서 개최한다. 지방과 인구수의 공통분모로 볼 때 인천이 우선순위 1위다(부산은 2005년 개최). 

셋째, 2025년 대한민국에서 논의될 ‘주요 주제’ 준비도 차별성이다. 인천시가 지난 35년간 APEC 관련 모든 DB를 간직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문을 얻는다면 경쟁력 있는 제안서를 만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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