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새해 첫날 아침 한반도 하늘은 흐렸다. 그래도 구름 속에 태양은 떠올랐다. 우리는 신비로운 푸른 비췻빛을 띤 청룡이 이끈다는 갑진(甲辰)열차, 청룡호에 올랐다. 국운융성(國運隆盛)과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해 본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또다시 이합집산(離合集散)과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정치권이 갈피를 못 잡는다. 민주국가 대다수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선거일을 전후해 극성의 도가 지나치다는 평이다. 오는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각계각처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른다. 나름대로 작성했다는 출사표(出師表)가 난무한다. 출사표는 출병할 때 그 뜻을 적어 왕에게 올리던 글을 말한다. 나라를 위하는 비장한 마음이 담겨야 진정 출사표다. 정치권에서는 또다시 돌아온 정치의 계절을 맞아 창당이니 탈당이니 하고 요란을 떤다. 

으레 그래 왔듯이 출마 인사들의 외관은 모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선다지만 실은 상당수가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함이다. 이것이 정치의 패러독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세우는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오직 당선만이 목표다. 당선에 보탬이 된다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자신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어제의 적도 동지가 되고 친한 벗도 적이 된다. 정글정치의 법칙이다.

당선을 향한 선거 전략이라면 온갖 부정과 비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갖은 불법과 사술(詐術)로 당선된다 해도 종국에는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만다. 목전의 소리(小利)에 집착하다 보면 페어플레이 정신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생리인가 보다. 그래도 깨끗한 선거, 공명선거를 기대해 본다.

나는 해마다 연초가 돌아오면 ‘희망만을 이야기하자’고 역설하곤 한다. 하지만 목도하자니 가관이다. 모두가 창당의 변(辯)은 개혁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녹슬었는데 무슨 수로 사회를 새롭게 개혁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키 어렵다. 한 정치인은 "대한민국은 앞으로 미래 희망을 갖기가 어려운 나라처럼 비친다. 창당하는 여러분이 국민에게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라"고 충고했다. 

하기야 여전히 자녀 부정에 의한 입시비리를 놓고 지금까지 우리 사회 관행이라는 사고가 이른바 식자층에 만연했다면 이는 불치의 사회병리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이 있는가 없는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약처방이 요구된다. 연말 한 경영연구원은 2024년 경제 전망 자료에서 한국의 2024년도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낮은 경제전망치에 국민들은 실의에 빠졌다. 게다가 국내 굴지 건설사가 워크아웃(workout)을 신청하는 바람에 주택 경기에 한파가 몰아닥친 연말이기도 했다. 와중에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가운데 413명이 자살·고독사 따위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도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눈을 돌려 국제 정치를 돌아보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장기화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제3차 세계대전도 우려된다. 

때맞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말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는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며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한반도 정세가 또 한번 요동침을 위정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말 그대로 지금 우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 헌법 전문에 나타난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라는 문장에서 자유로운 자 그 몇이나 될까. 그렇다. 힘을 길러 새해엔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해 보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