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대한민국의 희망’이 돼야 함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경기도는 정부가 손 놓은 민생에 집중해 취약계층의 선제적 보호를 위한 적극재정을 펼쳤습니다. 경기도정이 대한민국 미래 전략의 지침서가 됐습니다."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를 키워드로 내세워 3년 차를 맞이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민생·경제·환경 들 분야에서 정부 정책 기조와 대립각을 세우며 도정 운영 비전을 도민들에게 제시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과 서울 편입 같은 각종 이슈에서 줄곧 정부와 여당을 한꺼번에 비판해 온 김 지사는 2024년 새해를 맞아 기호일보를 비롯한 경기지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그간 발굴한 정책을 안정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새해에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육인, 농어민, 기후행동, 아동돌봄 공동체 기회소득을 신설하고 ‘더(The) 경기패스’ 시행과 함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를 전면 확대하면서 올 한 해 ‘기회가 넘치는 경기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 일문일답.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돈 버는 도지사’로서 투자협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들이 가장 기쁘다. 약속한 100조 원의 절반을 이미 채웠다. 유치한 투자는 경기도 먹거리가 될 미래·첨단산업 마중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한 수소 업체와 5천억 원 규모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업 회장을 만나 도의 정책 방향, 신재생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4차 산업혁명 내용을 직접 설명하니 그분이 저에게 ‘기후요정’이라며 제한 없이 투자하겠다고 했던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한 장면은 10·29 참사 유가족분들을 초청해 만났던 순간이다. 참사 1주기 때 서울분향소, 시청 옆에 갔는데 그때 대표분들이 경기도에서 초청해 달라는 의사를 전해 와 만나게 됐다. 도민 40여 명이 희생을 당하셨다. 희생자 부모 중 한 분이 그날이 자녀의 생일이라면서 우셨다. 울면서 하루를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와서 위로받고 나니 너무 고맙다고 하셨는데, 한편으로 참 부끄럽고 가슴이 아팠다. 희생자 가족분 중 몇몇은 도담소에서 식사를 하는데 사고 난 뒤로 이렇게 따뜻한 밥은 처음 먹어 보고, 처음 대접을 받아 봤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사회가 중요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며 공공에서 이런 분들에 대한 2·3차 가해를 가한다고 본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의 경우 ‘더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한 예시라고 생각해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느껴 기억에 남는다.

-‘변화의 중심, 기회의 경기’를 앞세운 경기도정 반환점에서 그동안 도정을 자평한다면.

▶저는 대한민국의 희망,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 재정은 거꾸로 간다. 건전재정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미명이고 축소재정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 30% 넘는 목표율을 22%로 낮췄고, 해야 할 일은 다 이번 정부 임기 이후로 미뤘다. 이념을 앞세워서 그런 것인지, 실력이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르겠다. 경기도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6.8% 이상 늘렸다. 

정부는 또 사회적 경제 용어 자체도 없애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경제 관련 업체가 전부 경기도로 몰리는 중이다. 기후변화나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는 경기도가 지금 대한민국의 망명정부 노릇을 하는 상태다.

-새해에는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둘 생각인가.

▶첫째, 둘째, 셋째도 민생이다. 새해에도 도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다. 특히 민생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진작과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하겠다. 지역화폐, 소상공인 특례보증 같은 도민 안전망을 두텁게 하겠다. 

장기 침체로 가는 저성장의 늪,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기다. 해결책도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저부터 긴장도를 높이겠다. 도민이 어려울 때 경기도가 곁에 있음을 체감하도록 하겠다.

-올해 경제상황을 전망한다면.

▶올해도 고물가와 경기 부진이 이어지리라 본다. 고금리·고물가와 경제 불확실성이 문제다. 가계 부채 부담, 부동산 PF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안 요소가 많아 걱정이 크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수출 개선이 경기 회복과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경제위기 진단과 처방 모두 잘못됐다. 

현재 긴축 기조를 바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최소한의 버팀목이 돼 줘야 한다. 장기적 관점도 필요하다. 삼성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다 RE100에 가입했다. 재생에너지 없이는 우리 기업 수출도, 해외 기업 투자유치도 다 막힌다. 이를 모르는지 정부는 역행한다. 답답하다.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이 통과됐다. 경기도 역시 입법 건의를 비롯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안다.

▶정부가 미적댈 때 경기도는 2022년부터 특별법을 가장 먼저 강력히 촉구했다. 특별법은 협업 성과라기보다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낸 결과물이다. 이후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켰고, 정부가 따라온 모양이 됐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추진 속도가 너무 늦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노후화 해소 대책이 아닌 미래 도시 지향 전략이 돼야 한다. 노후계획도시 주변 지역도 포함하고 원도심을 비롯한 노후 주택지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전세사기 대책도 강력히 촉구했는데, 경기도가 건의한 내용만 다 받아들였어도 수원과 같이 도내 전세사기 상당 부분을 예방했다고 본다. 경기도는 피해자분들을 가가호호 만나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국토교통부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에게 전세사기 대응책도 제가 직접 건의문까지 전달했다. 일부 내용만 특별법에 적용됐기에 전부 수용됐더라면 피해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권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구상에 포함된 지자체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데, 경기도의 앞으로 대응 계획은.

▶바람도 불기 전에 스스로 꺼진 불씨다. 제가 ‘총선과 함께 사라질 이슈’라고 했는데 총선까지 갈 것도 없다. 야심차게 처음 말을 꺼낸 여당 대표도 사퇴하지 않았나. 

‘국토 균형발전’은 여야를 넘어 역대 정부가 30년 넘게 견지한 국가 전략이다. 총선 바람몰이에 넘어갈 국민들이 아니다. ‘서울 확장’은 어떤 비전도, 내용도, 절차도 나온 게 없는 허상일 뿐이다.

-서울 메가시티에 대한 생각은.

▶제가 대선 후보 시절 얘기했던 메가시티는 현재 추진 중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같은 내용이다. 제가 주장한 내용은 ‘전국 5극체제’로 여당이 하려는 ‘서울 1극체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가 됐고, 저의 생각은 나머지 부·울·경, 대구·경북, 대전·충청, 광주·호남을 수도권 수준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국토 균형발전 전략’이다. 새로운 발전축 4개를 만들어 균형과 효율을 높이자는 뜻이었다. 비수도권에는 인센티브를 줘서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주민투표와 관련해 앞으로 계획은.

▶‘우공이산(愚公移山)’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절대 뒤로 가지 않는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그리고 지방자치 철학 아래에서의 대한민국 성장 전략이다. 경기도가 해야 할 일은 다했지만,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무책임하고 실망스럽다. ‘특별자치도’를 ‘서울 편입’과 같이 놓고 정치적으로 오염시키려는 의도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제 욕심은 도민의 뜻을 직접 묻는 주민투표를 거치고 싶다. 정부가 거부하거나 시간 끌기로 일관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겠다. ‘특별자치도’ 명칭 공모, 여야 공통 공약 추진 같은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내겠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당이 추진되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경기도로 좁혀 보자면 여야 동수로 출발한 도의회는 이견도 분명하지만, 서로 대화하고 나름대로 협치의 길을 닦았다. 협치 정도를 끌어올려 수준 높은 협치로 도민들만 바라보는 길을 걸어갔으면 한다. 국회 또는 중앙정치가 하지 못했던 일을 경기도가 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중앙정치도 이런 면에서 크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김민기 기자 mk1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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