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국민들은 저마다의 소망과 계획을 가슴에 품고 벅찬 새해를 맞이했을 터다. 진학, 취업, 내 집 마련, 사업 번창 등 국민들의 다양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실현되길 바란다. 

그런데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정치 현상’에 의해 직간접으로 크게 영향받는다. 예전에는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이 과거보다 더 똑똑해진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귀결된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국민 일상과 미래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선거권’, 즉 ‘집단적 자기결정권’을 이성적 선택으로 책임감 있게 행사해야 한다.

총선 전후 정치 지평이 역동적 변화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들은 정치가 가급적 ‘평온함’을 유지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정치가 평온해야 국민들 일상생활과 꿈과 계획이 안정감 있고 온전하게 실현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여야의 지나친 대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특히 요즘엔 국민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일들이 정치권에서 너무 자주 발생한다. 거의 날마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생겨 그 이유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국민들은 고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자주 피곤해진다(혁신위, 비대위, 신당 창당 등). 

최근 사례를 몇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지난달 28일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는데, 그 배경과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합법적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안을 즉각 거부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일이다. 

과거엔 대통령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서 때때로 종교지도자 등 사회원로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는 했다. 비록 그러한 일이 형식적이고 가식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신중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최소한의 여론 수렴과 의견 청취 절차도 없이 특검법안을 "즉각 거부할 것이다"라고 천명하는 것은 경솔하고 감정적인 처사가 아닌지 국민들은 우려한다. 모름지기 정치지도자는 자신과 측근이 관련된 일에 더욱 엄정한 모습을 보여야 존경받는다.

둘째,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했는데, 이 자리에는 김건희 여사와 이관섭 비서실장 내정자가 참석했었다(김건희 여사 사진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만나서 의견을 구하거나 협의할 대상 인물로 다른 사람도 많을 터인데, 하필이면 탄핵으로 물러난 전직 대통령을 왜 자주 만나는지 국민들은 놀랍고 의아하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째 박 전 대통령과 매달 만나는 건 보수 지지층 결집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된다.

전체 국민이 아닌,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국민들과만 소통하는 듯 보여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대통령의 선거 개입 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국민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잦은 인사발령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하고, 불과 1개월 전 임명했던 이관섭 정책실장을 후임 비서실장에 내정했다. 총선 차출로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이 속출하더니 급기야 ‘1개월 비서실장’까지 나왔다. 잦은 인사발령을 보고 국민들은 대통령이 단견하고 충동적인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아무튼 새해에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을 놀래키는 일들을 가급적 지양하기 바란다. 국민들은 ‘평온한 정치’를 원한다. 마치 전장에서 적군을 대하듯 죽기살기로 싸움질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하면서 때때로 위트와 유머도 곁들이는 ‘평온한 정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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