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는 노시환(23·한화 이글스), 최고 투수는 에릭 페디(30·2023년 NC 다이노스·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

노시환은 홈런(31개)과 타점(101개) 1위에 올랐고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페디는 다승(20승),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부문을 석권한 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023년 KBO리그를 지배한 둘은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시상식에서 최정(36·SSG 랜더스)을 떠올렸다.

노시환은 최정을 향한 존경심을, 페디는 두려움을 드러냈다.

노시환은 지난해 12월 11일 최정을 제치고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또 한번 최정을 언급했다.

개인 사정으로 정규시즌 시상식,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모두 불참하고도 ‘시상식의 조연’이 된 최정은 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노시환과 페디가 나를 언급해서 깜짝 놀랐다. 수상 소감을 들은 뒤에는 고마움도 느꼈다"고 회상했다.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최정은 영상을 통해 "올 시즌 내가 막판에 부상을 당해 (장타율을 유지하면서) 장타율상을 받았다. 다치지 않았다면 노시환이 3관왕에 올랐을 텐데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정은 2023년 장타율 0.548로, 0541의 노시환을 제쳤다.

노시환은 "최정 선배를 따라잡고자 노력했기에 이 정도 성적을 거뒀다. 최정 선배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정은 "올 시즌 초 대전에서 노시환이 우리 팀 라커룸 앞까지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시환이가 타격에 관한 질문을 했고, 꽤 오랫동안 대화했다"며 "대화하면서 ‘이 친구는 정말 크게 된다’고 확신했다. 이제는 정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다른 팀 후배지만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정규시즌 시상식 때 한 ‘부상 때문에 내가 장타율 1위가 됐다’는 소감은 진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정은 노시환이 더 성장하리라 확신했다.

페디는 2023년 가장 껄끄러웠던 타자로 최정을 꼽았다. 실제 최정은 6타석 4타수 2안타 2사사구로 페디를 괴롭혔다.

최정은 "사실 노시환의 축하 인사보다 페디의 말에 더 놀랐다"며 "페디와 상대 기록도 몰랐다. 그런데 그 정도 성적이면 페디가 ‘저 타자, 정말 귀찮다’고 생각할 수는 있을 듯싶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는 곧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다. 페디는 정말 상대하고 싶지 않은 투수"라며 "페디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축하한다"고 했다.

사실 최정은 예전부터 ‘에이스 킬러’로 불렸다.

21세기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36)이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시절 ‘상대하기 싫은 타자’로 꼽은 선수가 최정이었다. 최정은 류현진을 상대로 58타수 21안타(타율 0.362), 4홈런을 쳤다.

류현진을 화두에 올려도 최정은 "예전에도 류현진의 구위는 무시무시했다. ‘이번에는 이런 공을 던지겠지’라고 예상한 게 몇 차례 맞아떨어져 상대 타율이 올랐다"며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구종을 늘려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언젠가 류현진이 KBO리그로 돌아올 때 ‘최정이 류현진에게 강했다’는 언급은 피해 주셨으면 좋겠다. 솔직히 자신 없다"고 몸을 낮췄다.

‘다른 팀 선수’에 관해 대화하던 최정이 갑자기 시선을 SSG로 돌렸다.

SSG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타 김광현(35)과 최정을 보유했다. 당연히 2024시즌 투타 기둥도 김광현과 최정이다.

최정은 "광현이가 최근 인터뷰에서 ‘SSG는 김광현이 4∼5선발로 뛰는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더라. 나도 같은 생각"이라며 "(2028년 개장할 예정인) 청라돔 시대에는 나와 광현이가 주역이 될 수 없다. 청라돔 시대 주역이 될 선수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는 "청라돔으로 옮기기 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나와 광현이가 조연 역할을 하며 팀이 우승하는 장면을 꼭 보고 싶다"며 "SSG에서 나보다 주목받는 후배 타자가 나오길 간절히 빈다. 후배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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