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인 민물가마우지의 텃새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3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서호저수지 안 인공섬이 가마우지 배설물로 백화 현상이 일어났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지가 퇴출될지 주목된다.

‘철새’에서 ‘텃새’로 변신해 국내에 자리잡은 민물가마우지는 배설물로 도시미관을 해치고 토종 수생태계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민물가마우지 번식지 둥지 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국 5천857개로, 2018년 3천783개에 견줘 2천74개(54.8%) 늘었다.

민물가마우지 둥지가 가장 많은 곳은 1천808개인 경기도다. 이는 전체의 30.8% 수준으로, 2018년 1천703개와 비교하면 6.1%(105개) 증가했다.

민물가마우지는 국가·지방하천에서 쉽게 목격한다.

이날 오전 찾은 한강변인 김포시 걸포동 일대 모래밭에서도 민물가마우지 무리를 목격했다. 이 중 5∼6마리가 먹이를 사냥하려고 잠수하자 순식간에 성인 손바닥만 한 물고기를 낚아챘다.

이곳과 약 300m 떨어진 일산대교 아래에도 먹이활동을 하는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보였다.

서울과 인천, 부천과 김포지역을 거쳐 한강과 합류하는 한강 지류 하천인 굴포천과 지방하천인 귤현천 일대에서도 민물가마우지를 확인했다.

또 국가하천인 아라천(옛 경인아라뱃길) 수로에서도 물고기를 사냥하려는 민물가마우지 10마리가 보였다.

민물가마우지 서식지로 알려진 수원 축만제(서호저수지)에도 민물가마우지 30여 마리를 목격했다. 대부분 나뭇가지에 앉아 있거나 먹이 사냥을 위해 3∼4마리씩 짝을 지어 물가에 모였다.

이들의 서식지인 축만제 인공섬은 ‘흰 눈’이 내린 듯 나무를 비롯한 섬 전체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가득했다.

민물가마우지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고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12월 완료했다. 시행은 오는 3월이다.

시민환경단체들은 민물가마우지 퇴출에 목소리를 높인다.

김경희 서호천의친구들 사무국장은 "수원 축만제 일대 토종 민물고기를 마구 잡아먹고, 요산 성분이 많은 배설물로 나무들에게 피해를 주는 민물가마우지를 손쓸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민물가마우지를 대량 포획하기보다는 생태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으로 개체 수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민물가마우지를 막무가내로 포획하거나 사살하는 방법은 또 다른 생태계 변화를 줄 우려가 있다"며 "집단 번식을 하는 특성을 고려, 번식지에 그물망으로 밀폐시켜 번식을 방해한 뒤 생태관찰 변화로 개체 수를 줄이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물가마우지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더라도 막무가내로 포획하면 안 된다"며 "꼭 해당 지자체에서 포획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포=이정택·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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