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ery merry unbirthday to you(생일이 아닌 걸 축하해)!"

루이스 캐럴(1832∼1898) 소설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1951)’ 중 미친 모자장수와 3월의 토끼, 겨울잠 쥐가 다과회를 벌이며 부른 노래 ‘The Unbirthday Song’ 가사다.

영화 속 이들은 매일 즐겁게 차를 마시는 다과회를 벌인다.

미친 모자장수(Mad Hatter)란 이름과 매일같이 수다 떨며 시간만 보내는 작태에서 보여지듯 이들은 어딘가 광기가 느껴질 만큼이나 근심이라곤 없는 자들이다. 그저 오늘을 즐기고 웃고 떠들면 그만이란 극단 태도를 고집한다.

그러나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은 낙오자가 되고 ‘번아웃’은 ‘갓생’을 증명하는 훈장이 되는 오늘날 다시 보는 이들의 흥청망청은 어쩌면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생일은 1년에 하루뿐이지만 생일이 아닌 날, 즉 ‘안생일’은 1년에 364일이나 있는 셈이다. 단 한 번뿐인 탄생의 순간도 중요하지만 매일 살아 숨 쉬고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는 일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니겠나. 그렇다면 ‘안생일’ 또한 성대하게 초를 불어 축하해 마땅한 날일 터, 굳이 잔치를 열지 못할 이유도 없다.

기자는 양력으로 2000년 1월 1일 태어났다. 새해 첫날이 생일이라니 무언가 더 특별할 듯하지만, 실은 신년 인사에 묻히고 정신없는 연말연시 분위기에 묻혀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깨닫는 건 생일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생일을 축하하는 의도가 ‘태어나 줘서 고마워’인 것처럼, ‘안생일’을 축하하는 속뜻이 ‘존재해 줘서 고마워’라면 미친 모자장수를 따라 우리도 안생일을 챙겨 보는 건 어떨까. 정말 중요한 건 곁에 있는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 자체일 테니 말이다.

혹 어떤 슬픔과 불행이 그대 생일을 덮치더라도 아직 축하할 ‘안생일’이 많이 남았으니 걱정 말라. ‘해피 언버스데이 투 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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