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인구소멸 1호 국가 후보가 한국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결코 먼 미래의 확률적 사건이 아니다.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으로 단연 OECD 최저치다. 이것도 매번 자료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신기록을 경신한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5천100만 명 이상인 현 인구수는 2072년 3천600만 명대로 쪼그라들고, 중간연령도 60세를 넘는 노인국가로 탈바꿈한다. 당연히 국내총생산(GDP)은 물론 교육·복지, 국방·안보 등 국가 운영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칼럼에서 우리나라가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한 14세기 유럽보다 빠르게 붕괴하리라는 전망을 놨다. 물론 인류 문명사를 돌아보면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듯하다. GDP나 교육·복지는 이민정책을 통해, 국방·안보는 첨단 군사기술(로봇 개발, 무기 개선)이나 남북통일 등 새로운 전환점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 이르도록 국력을 키워 가는가’다. 이를 위해선 높은 수준의 경제력과 기술력, 제도, 문화가 겸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를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우리 앞에 있다. 국가 총부채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국가 총부채가 사상 처음 6천조 원을 돌파했다고 추정된다. 늘 반복되는 얘기지만 빚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권 탓이 크다. 2022년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년 전인 2017년(40.1%)보다 14.2%p 증가한 54.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계부채 비율은 16.1%p(92.0%→108.1%), 기업부채 비율은 26.6%p(147.0%→173.6%) 증가했다. 

관성의 법칙은 여전히 작동한다. OECD 중 우리만 유일하게 지난 1년간 GDP 대비 국가 총부채 비율이 확대됐다고 한다. 이처럼 경제력보다 기업부채와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 금융 부실은 물론 투자 위축, 소비 침체로 국가 성장 동력이 저하되고 사회 불안정이 가속화된다. 이를 막는 게 재정의 역할인데, 이마저도 급증한 정부부채로 집행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국가 총부채가 국력을 좀먹는 상황이 됐다. 50년 후에도 이곳을 살아갈 3천600만 국민들에게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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