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에 노선 표시 안내판(줄서기 표지판)을 설치한 뒤 오히려 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표지판 운영을 이달 31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연합뉴스
지난 5일 저녁 서울 중구 명동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에 노선 표시 안내판(줄서기 표지판)을 설치한 뒤 오히려 퇴근길 차량 정체가 심해지자 표지판 운영을 이달 31일까지 유예하기로 했다./연합뉴스

"노선이 변경되면 출퇴근시간만 3시간 이상일 텐데…."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대 A씨의 토로다.

수원 영통역에서 광역버스를 이용해 명동을 오가는 그는 고민이 커졌다. 서울시가 지난 7일 명동 입구 광역버스 정류소 일대 교통 혼잡을 막으려고 발표한 광역버스 노선과 정차 위치 변경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일대 교통 혼잡 해소 대책으로 수원 방면 4개 노선(M5107·8800·M5121·M5115)과 용인 방면 1개 노선(5007) 승하차 위치를 조정키로 했다.

성남 방면 1개 노선(9401)도 롯데영프라자 시내버스 정류소로 정차 위치를 변경한다.

아울러 명동 입구 정류소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중 5개 내외 노선을 을지로와 종로 방면에서 즉시 회차하거나 명동 입구 정류소를 무정차하도록 조정한다.

서울시는 이날 경기도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 2주의 계도기간 후 이달 넷째 주부터 노선 조정을 완료키로 했다.

A씨는 "근무지가 명동 입구 정류소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렸는데, 정류소가 바뀌면 15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며 "한파와 혹한기 날씨에는 걷다가 쓰러질 판"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서울시 교통대란 문제에 관해 시민들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는지 의문"이라며 "1∼2시간 걸리던 출퇴근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늘 듯싶다"고 꼬집었다.

용인에 사는 40대 B씨도 처지가 비슷하다. 용인 영덕동에서 광역버스를 타면 한번에 명동 일대까지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서울시 노선·정류소 조정 정책으로 버스를 갈아타야 할 상황이다.

B씨는 "온전히 서울시민들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싶다"며 "노선을 변경하면 우리은행 종로지점 정류소에서 하차한 후 또다시 버스를 타고 직장까지 15분 이상을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만차인 버스에 시민을 더 탑승시키는 게 아닌데, 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조정으로 명동 입구 정류소를 이용하는 일일 탑승객 수가 현재 9천500명에서 5천800명까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파악한 이 노선들을 이용하는 도민은 1만7천여 명이다. 서울시 정책에 수천 명의 도민이 곤란을 겪는 셈이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과 관련, 또 다른 교통 혼잡을 불러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통전문가는 "서울시가 을지로와 종로에 광역버스 승하차 지점을 마련해 편의성과 도심 교통 부담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신규 노선이 아닌 원래 있던 노선을 변경하면 또 다른 교통 혼잡을 불러오는 건 자명하다"고 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저쪽으로 돌아도 막히는데 답도 없다’, ‘서울역에서 종로를 지난 후 남산터널까지 빠져나가는 시간만 해도 30분 이상이 더 걸리는데 벌써부터 어지럽다’와 같은 우려 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선이 변경되는 각 시·군 담당자와 협의 후 서울시와 조정할 예정"이라며 "노선 변경으로 도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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