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인지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고 한다. 기자는 평소 계획 세우는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째선지 새해 계획은 꼭 세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기자는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제법 요란하게 준비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고르고, 좋아하는 색깔 펜도 구매하고, 귀여운 스티커도 챙긴다. 또 한가한 시간대에 자주 가는 카페에 앉아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계획을 세운다.

물론 그 모든 시간 동안 계획을 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생각하고 만지작대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난다. 보통 새해 계획은 연말, 늦어도 1월 첫째 주 안으로는 세우는데 올해는 아직까지 정하지 못했다.

문득 ‘인생 참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어쩌면 ‘인간은 죽는다’는 문장만큼 당연한 말이긴 하다. 내 계획대로 되는 일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물론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실망하거나 우울해하는 편은 아니지만, 갑자기 의욕이 사라졌다. ‘며칠, 몇 시간을 공들여 계획을 세우면 뭐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종종 기자와 새해 계획을 세웠던 동생에게 "나 올해는 계획 안 세울지도 몰라"라고 말했다. 왜냐는 물음에 자세한 말을 덧대기 번거로워 "귀찮아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동생도 나도 안 세우겠다며 동조했다. 세워 봤자 지키지도 못하고, 힘들기만 하고 똑같다며 줄줄이 이유를 나열하는 동생에게 청개구리처럼 "뭐야, 그런 게 어딨어"라고 반박했다. 동생도 나도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계획을 지키려고 세웠다기보다는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마음이 더 컸다. 연말과 연초 다이어리를 사고, 색깔 펜도 구매하고, 지인들과 대화하며 소소하게 다음 해 계획을 나누는 시간들이 새로운 한 해를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또 한 해가 다 지나는 시점에서 처음 세웠던 계획들과 마음을 돌아보며 ‘무사히 보냈구나’ 되돌아보는 기록이기도 했다. 

올해도 계획 성취에 목적을 두지 않고 새로운 해를 준비해 보려 한다. 기대하는 마음을 담아 시작한 이번 해도 무사히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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