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조순 인천시의회 예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임조순 인천시의회 예결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지난해 12월 15일 인천시의회는 2024년 인천시 예산 15조368억 원을 심의·의결했다. 2023년 대비 1조1천211억 원이 증가한 규모다. 여기에 더해 국회에서 법정 시한을 넘겨 2024년 중앙정부 예산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보통교부세가 인천시 예상보다 926억 원 더 교부되는 것이 확정됐다. 중앙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내국세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살림살이를 8.1% 이상 늘린 건 인천시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할 만하다.

구체적으로 2024년 인천시 살림살이를 살펴보자. 지방정부 예산은 벌어들이는 돈을 세입으로, 쓰는 돈을 세출로 표현한다. 세입은 지방세와 세외수입 등 자체수입과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에서 받아 쓰는 이전재원과 지방채 등으로 구성한다. 세출은 공공질서·안전, 교육, 문화·관광, 사회복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국토·지역개발, 교통·물류 등 분야별로 나눠 쓰인다. 

우선 올해 인천시에서 벌어들이는 세입을 들여다보면, 자체 재원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전체 세입예산의 46.7%를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보통교부세 926억 원이 더 들어올 예정이니 자체세입 비중은 좀 더 내려가리라 예상한다. 바꿔 말하면 인천시 살림살이는 중앙정부에서 받아 쓰는 돈이 더 많은 셈이다. 실제로 재정수입의 자체 충당 능력을 나타내는 지방재정자립도(자체 재원을 일반회계 세입으로 나눈 값)를 살펴보면 2014년 61.59%이던 것이 2023년에는 50.34%로 하락했다.

인천시 살림살이가 커지는 것은 결국 중앙정부에서 받아 쓰는 돈이 더 늘어나는 데 기반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인천시는 2024년 어디에 재정을 투입하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로 많이 쓰이는 분야는 전체 예산의 37.3%인 5조6천112억 원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분야다. 두 번째로 세출 규모가 큰 국토·지역개발 분야(1조8천550억 원)에 12.3%가 쓰이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회복지 분야 지출 규모가 상당함을 알게 된다. 세 번째 많이 쓰이는 분야는 1조5천954억 원이 투입되는 교통·물류 분야다. 

그런데 사회복지 예산은 인천시가 자체 기획하고 추진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이 중앙정부에서 전국적으로 똑같은 기준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하고, 지방정부는 그에 따른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이다. 대표적 사례가 4대 급여 사업과 기초연금이다. 

인천시는 2024년 위 두 사업을 포함한 기본생활보장사업에 2조8천927억 원을 투입한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주는 국고보조금에 시 자체 예산을 얹어야 하는 사업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를 많이 확보했다고 주민들에게 홍보하지만 실은 국가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국고보조금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비율로 나눠지는 게 대부분이고, 자체수입을 더 투입해야 사업이 진행된다.

2024년 인천시 국고보조금은 4조6천687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2.5%인 5천201억 원 증가했다. 물론 국가사업도 인천시민들이 수혜를 받는 사업으로 제대로 집행되고 낭비 없이 쓰여진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국가가 예산 전액을 부담해야 함에도 국가사업에 지방정부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구조가 고착화·확대되는 점이 문제다. 지방자치 실현의 핵심 과제라고 할 만한 재정분권이 요원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재정분권을 상위 정부가 하위 정부에 지출과 수입 책임을 넘겨주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지방으로 이양된 재정행위는 지역사회가 가진 인적·물적 자원 특성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 지역주민 삶의 질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했다. 이 같은 세계은행의 재정분권에 대한 인식은 재정분권의 경제적 효율성 효과로 이해하게 된다. 재정분권은 비단 경제적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의 성숙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분권은 반드시 이뤄 내야 할 과제다. 중앙정부에서 이전되는 재원에 대한 일방적 수용이 아니라 규모와 배분율에 있어 중앙과 지방의 합의 과정이 이뤄지고, 돈이 쓰이는 방법도 중앙정부의 하달식 방법이 아니라 지방정부 주도로 주민과 함께 정해질 때 지방정부의 책임성이 확대된다. 재정분권 수준으로 민주주의의 성숙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다. 돈으로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중앙 기득권 카르텔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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