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붕당(朋黨)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인 당(黨)을 이르는 말이다. 대선(大選)이니 총선(總選)이니 선거철만 되면 뜻을 함께 할 당인끼리 당(黨)을 만든다는 말이 언론을 뒤덮는다. 지금의 정당(政黨)정치 근원이라 할 붕당(朋黨)은 어디서 온 말일까?

중국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붕당론(朋黨論)」에서 진정한 붕당을 말한 데서 연유한다. "무릇 군자(君子)는 군자와 더불어 길(道)을 같이함으로써 벗(朋(붕), 朋黨(붕당))을 삼고, 소인(小人)은 소인과 더불어 이익(利)을 같이함으로써 벗(붕당)을 삼나니,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구양수는 소인은 벗이 있을 수 없고 오직 군자만이 벗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소인은 좋아하는 것이 이익이요, 탐(貪)하는 것이 재물인지라 그 이익을 같이할 때는 잠깐 서로 당(黨)으로써 벗(붕당)이 되기는 해도 그것은 거짓이요, 급기야 이익을 보게 되면 앞을 다투기 마련이며, 혹시 이익이 다하게 되면 서로가 소원해져서 심한 경우에는 도리어 서로가 해치기까지 해 비록 형제와 친척 간에도 능히 서로 보존할 수 없게 돼 벗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군자는 그렇지 않아서 지키는 바가 도의요, 행하는 바가 충신이요, 아끼는 바가 명예와 절개이니, 그런 마음으로써 몸을 닦으면 길을 같이하면서 서로 보탬이 되고, 그런 마음으로써 나라를 섬기면 마음을 같이하면서 함께 뜻대로 일을 이뤄 수신(修身)을 하든 나라를 섬기든 처음과 끝이 한결같으니 이는 군자의 벗사귐(붕당)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군주된 자가 다만 마땅히 소인들의 거짓된 붕당을 물리치고서 군자들의 참된 붕당을 쓰게 된다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양수는 「붕당론」에서 군자와 소인의 예를 들어 참되고 거짓된 붕당의 내력을 보여 줌으로써 진정한 붕당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주장했다. 조선 후기 성호(星湖) 이익(李瀷)도 「붕당」에서 "군자라면 비록 백 사람이 붕(朋)을 한다 해도 나라에 유익하고, 소인이라면 비록 한두 사람이 붕을 해도 반드시 정치에 해가 된다"라고 해 소인들의 붕당을 경계했다. 군자들 사이에서는 죽기를 맹세해 변치 않는 진실된 벗사귐이 가능하지만, 소인들 사이에서는 그와 같은 참된 벗사귐은 있을 수 없고 오직 거짓된 벗사귐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어진 군주가 참된 붕당인 군자의 당을 만들어 어진 정치를 행했다면 지금 시대는 그 어진 군주 역할을 유권자들이 해야 한다. 작금의 정치인들이 서로 앞다퉈 군자임을 자처하지만,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법안을 결정할 때 의리를 그 기준으로 삼아 판단하는 군자적 자질을 가진 인물인지를 유권자들은 잘 살펴봐야 한다. 지연(地緣)과 학연(學緣) 그리고 산악회나 SNS 동호회 등에 얽매여 이익으로 얽힌 소인들의 당에 기웃거리지나 않는지도 눈여겨볼 일이다. 정치 변화도 유권자 몫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시점에 일부 정치인이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아 분당(分黨)을 주장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이들 정치가들의 행보를 주권자인 대중은 유심히 살펴야 한다. 

진정으로 군자의 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분당을 하려는지, 아니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지를 살펴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권자 노력 또한 필요하다. 먼저 지역 후보들에게 관심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 정치인들의 평소 언행과 정치적 행보가 보일 것이다. 군자적 자질을 가진 정치인을 알아보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원 의석수는 300석으로,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는 47석이다. 요즘 언론에 보도된 거대 양당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30%대다. 이 양 정당 지지율을 감안해 생각해 보면 거대 양당 국회의원 수는 약 9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나머지 의원 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늘려 줘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거대 양당이 군자의 당으로 환골탈태하거나, 진정한 군자의 당(黨)이 탄생해 유권자가 마음 편하게 투표하게 해 줘야 한다. 

여기저기서 분당의 목소리가 나오고 실행 중이다. 이익을 앞세운 소인의 당이 아니라 의리를 앞세운 군자의 붕당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정치인과 유권자는 군자끼리 어울려서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군자의 당이 실현되면 군자들이 소인들을 포용해 선도까지 가능할 것이다. 

이익에 따라 처세하는 소인이 판치는 세상이 오면 제 몸은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패망까지도 자초하게 해 미래 희망은 없다. 정치인은 각성하고 유권자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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