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자신이 속한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하면 자치단체가 주민 복리사업에 활용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 지 일 년이 지났다. 수원을 고향으로 여기는 시민들의 마음도 일 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졌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수원시는 기금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만들고, 시민들의 빛나는 삶을 지원할 준비를 한다.
수원시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확인해 본다.
# 전국에서 모인 3천500명 기부
수원시에는 지난 한 해 고향사랑기부제로 3천473명이 모두 3억2천424만1천900원을 기부했다. 건수로는 3천577건이다.
수원시 모금액은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했을 때 많은 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243개 자치단체 총 모금액은 약 650억2천만 원으로, 이를 평균으로 환산하면 2억6천700여만 원이다. 수원시가 전국 지자체 평균 모금액보다 20%가량 높은 기부금 실적을 올린 셈이다.
재정자립도 20% 이상인 103개 지자체 평균 모금액(1억7천400만 원)과 비교해도 2배에 가까운 기부금이 수원에 기부됐다. 경기도 자치단체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수원에 고향사랑기부가 가장 많이 이뤄진 시기는 지난해 12월이다. 지난해 1월 1일 첫 기부 이후 매달 100건 수준에 머물던 기부 건수가 12월 2천342건으로 급증했다. 연말정산을 앞둔 시기라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 장점이 부각되면서다.
시 전체 기부자 중 10만 원 기부자는 3천168명, 10만 원 미만 기부자는 288명, 10만 원 초과는 17명이다. 기부자 열 명 중 아홉 명은 세액공제 한도액인 10만 원을 기부했다는 점에서 세액공제가 기부 유도에 효과적이었음이 드러났다. 다회 기부자도 100명이 넘는 가운데 9개월간 매월 10만 원씩 기부한 기부자도 있다.
시에 기부한 기부자의 거주지는 주로 경기도였다. 화성과 용인지역 거주자가 가장 많았고, 그 밖에 경기 거주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3분의 2가량이 경기도에 거주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기부액의 30%를 답례품으로 돌려받는데, 수원시 답례품 중에서는 지역화폐인 수원페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답례품을 신청한 2천811건 가운데 76%가 수원페이를 선택했다. 또 한우와 왕갈비통닭, 쌀(정다미) 등 수원 특산품이 뒤를 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효과가 드러난 셈이다.
# 기부문화 확산 노력
1년 만에 고향사랑기부금 3억2천만 원 모금은 수원시가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운영과 정착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수원에 기부 유치는 물론 수원시민이 기부에 참여하는 문화를 확산해 소멸 위기 지방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게 시의 사명이었다.
우선 시는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 2022년 12월 30일 ‘수원시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및 운용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답례품 공급업체를 공모해 지역 특산품 들을 유통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기부금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의견을 수렴하려고 시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했다.
수원시민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수원에 주소지를 둔 경우 수원에 기부가 불가하기 때문에 수원에 직접적인 성과로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민들이 고향에 기부하는 자체만으로도 소멸 위기 지방에는 큰 힘이 된다. 지난해 4월 재수원 5도 향우회와 수원시의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실천협약’ 체결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또 수원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와 행사장 들에 홍보부스를 열어 시민들에게 고향사랑기부제를 알렸다.
특히 이재준 시장이 ‘대도시와 소멸 위험 지역의 상생’을 외치며 솔선수범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월 12일 5개 지자체, 2월 14일 6개 지자체, 총 11개 지자체에 기부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고향이자 수원시 자매도시인 포항시, 소멸 위험 지역인 연천군·태안군·해남군, 대부분 기초지자체가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전라북도가 대상이었다. 두 번째 역시 괴산군·봉화군·철원군·거창군 같은 소멸 위험 지역과 화성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지자체들에 기부하며 시민 참여를 북돋웠다.
시는 지난해 말 답례품 선정 기준을 다듬어 올해 답례품 내실을 다졌다. 수원에서 생산하는 특산품이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원시에서 창업·육성을 지원받은 업체의 물품을 다채롭게 구성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2024년 답례품 공급업체 공개모집을 거쳐 올해는 35개 답례품이 선택지에 올랐다. 수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의 커피,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을 모티브로 제작한 생활용품과 과자 등이 추가돼 기부자들이 고르는 재미도 늘어난다.
# 이웃 행복의 발판
시는 지난해 수원을 사랑하는 이웃들이 기부해 조성한 고향사랑기금으로 추진할 사업들을 선정해 시행을 준비 중이다. 발달장애인, 학대피해 아동, 자립준비청년 등 함께 보듬어야 할 이웃들을 위한 사업들에 고향사랑기금을 활용한다.
먼저 사업비가 부족해 중단될 위기였던 ‘(발달장애인) 디지털 드로잉 작가 양성교육’은 고향사랑기금 덕분에 명맥을 잇게 됐다. 2022년 호매실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디지털 탭 구비 등 초기 비용 상당 부분을 대기업 등 외부 지원을 받아 시작한 이 사업은 발달장애인들의 예술적 능력을 발전시켜 직업 역량으로 키우며 호응이 높았다.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의 작품 전시는 물론 5명이 복지일자리로 취업하는 등 성과도 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6~7개월가량 서비스 공백이 발생했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사업이라 강사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와 담당 부서가 고향사랑기금 사업으로 발굴한 덕분에 올해는 온전히 사업을 추진한다.
올 여름방학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우리가족 힐링여행’은 신규 사업이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에 접수된 시민 의견을 발전시켜 진행하게 돼 의미가 크다. 당시 접수된 84건 사업 중 고향사랑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거쳐 기금사업으로 확정된 최초 사업이다. 학대피해 아동과 그 가족의 여행을 지원해 가족 기능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력으로 피해 아동과 가족을 모아 공동체 여행을 지원함으로써 가족 내 올바른 소통과 해결 방법을 찾아가도록 돕는 다. 기존 지원과는 다른 형식의 새로운 학대피해 아동 지원사업으로, 가족 기능 회복을 통한 재학대를 예방하는 데 고향사랑기금이 활용되는 셈이다.
시 주거복지사업 중 하나인 ‘셰어하우스 CON’의 퇴거 준비자금도 고향사랑기금 지원을 확정했다. 2022년 시가 시작한 셰어하우스 CON은 시설 보호가 종료된 청년에게 공동 주거공간과 생활용품을 제공하는데, 자립준비기간 2년이 지나면 퇴거해야 한다.
고향사랑기금사업을 발굴하던 시는 이 사업에 주목했다. 만기 후 퇴거하는 청년들이 독립준비금으로 사용하도록 매월 10만 원씩 총 240만 원을 지원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셰어하우스 CON에 첫 입주했던 청년 5명이 올 하반기 퇴거 예정으로, 이들의 안정적인 독립에 수원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기부금이 사용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수원을 고향으로 여기고 기부금을 낸 기부자들의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하다"며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과 투명한 기금사업을 추진해 기부자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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