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규제를 풀어서 신속한 재건축·재개발을 유도해 공급을 늘린다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안전진단을 통해 위험성부터 인정받아야 했다. 이제는 사업인가 전까지 통과만 하면 된다.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다. 재건축 부담금도 준다. 초과이익에서 제외하는 비용(기부채납 토지 기여분 등)을 늘려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3월 시행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완화 개정안은 이런 효과를 배가할 전망이다.

야당은 일제히 반대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부자와 재벌 이익을 챙겨 주는 정책을 내세우며 말만 서민과 민생을 위한 것이라고 우기는 대국민 기만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합당한 반론인지 의문이 든다. 재건축은 노후화되고 불안전한 주거환경을 개선해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작업이다.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과 재산권, 주거의 자유를 구현하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수도권은 택지 포화 상태다. 현 상태에서 공급을 늘리려면 개발제한구역을 건드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과 인천은 개발제한구역 해제 가능 물량이 2㎢ 안팎이고, 경기는 40㎢ 수준이다. 이 부분도 가능하면 미래 국토 보전과 환경보호를 위해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을 훼손 않고 공급을 늘리는 수단이 재건축 완화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효과적인 공급 수단이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자산 양극화 주범으로 몰리면서 수십 년째 대못이 박혔다. 차 떼고 포 떼고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하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정책을 발표하느냐’고 비난할 순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보다 더한 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규제다. 어떻게 국민을 위험하고 노후화한 곳에 살도록 강요하면서 ‘안전진단’을 들먹이나. 주택 가격 불안과 역차별을 초래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얼마나 시장원리를 훼손하는지 고민은 해 봤나.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이 이중 과세는 물론 재건축 자유와 재산권, 평등원칙을 위배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하나. 답은 명료하다. 규제를 완화하고 그래도 남은 부분은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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