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서 주변에서 강아지는 고양이보다 애교가 없다거나 주인을 무시한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그렇지 않아, 고양이는 고양이 만의 매력이 있고 애교가 얼마나 많은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전에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께 허락을 받던 날이 생각난다. 그런데 부모님이 ‘왜 강아지가 아닌 고양이를 키우려고 그러냐, 차라리 강아지를 키우는 게 어떠냐’고 그러셨다.

그때 부모님 말씀대로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를 키웠다면 지금의 ‘고냥이’를 만나지 못 했을 테니까 무척 후회했을지 모른다.

고양이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가끔 고냥이한테 머리를 조아리면서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 애교를 부리고 있자니 요즘 말로 현타(현자타임)가 올 때가 많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고양이보다 내가 더 좋은 걸.

고냥이를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길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동물병원에 서 입양을 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그런지,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인지 쳐다보려고도 않고 품에 안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 말씀대로 ‘강아지를 키울 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점점 커 가면서도 말 안 듣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팔과 다리에 긁힌 상처가 없을 날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집 고양이들 보다 성격이 더욱 까칠한 줄 알았다.

‘원래 고양이는 까칠한 매력 때문에 키우나?’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잠을 자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고냥이가 내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 순간 너무 행복했고 이게 무슨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고냥이가 ‘나를 주인으로 받아 들였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자려고 돌아다니다 보니 우연히 내 옆으로 오게됐나’라는 생각도 했다. 어떤 이유든지 너무 좋았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모습을 보니 쓰다듬으면 도망 갈까봐 만지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떤 고양이, 강아지보다 나를 잘 따르고 잠도 내 옆에서만 잔다.

고양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거나 어렸을 때는 귀여워서 키우다 고양이가 크면 역변해서 길에 버리는 일이 유독 많다고 들었다.

또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일도 많다. 그런 일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학대를 당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고양이를 생각하면 가해자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앞으로 고양이가 살기 좋은 세상이 됐으면 한다. 꼭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유기묘, 유기견에 대한 사람들 시선이나 생각이 많이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 생각과 문화가 많이 바뀌어 반려견이나 반려묘 인식이 좋아져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로서 기분 좋을 때도 많다.

앞으로도 고냥이 비위를 맞추는 일이 많겠지만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고냥이가 나와 함께 지내는 동안은 세상에서 어떠한 고양이보다 행복했다고 느꼈으면 한다.

정유하(남양주시 별내동)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