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기업 활동에는 두 가지 업무 흐름이 존재한다. 하나는 고객 주문에서 시작해 조달, 생산, 출하를 통해 고객 만족 목표 달성을 위한 현장 업무 흐름이 있고, 다른 하나는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실행 그리고 평가하는 관리 흐름이 있다. 영업은 수주할 때부터 판매가격 대비 원가 차이를 알고 마진율을 관리해야 하며, 구매는 발주 전부터 원자재 매입 가격과 재료비의 관계를 알고 발주해야 하고, 생산을 위해서는 제조원가 수준이 얼마여야 하는지를 알고 임해야 한다.

공장은 공교롭게도 물동량 흐름과 손익 관리 흐름의 중심에 위치한다. 공장이 양 방면 기능 수행에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기간시스템과 경영시스템 중심에 공장이 위치한다. 물동량 관리 프로세스의 출발점은 고객 주문이며, 주문을 기준으로 구매, 자재, 생산, 제품창고, 판매 단계를 거쳐 흘러간다. 제품이 많든 적든 늘 같은 프로세스다. 

제조 현장은 부가가치를 만드는 곳이다. 값이 싼 원재료를 투입해 공정이란 과정을 거쳐 값비싼 제품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식자재를 투입해 조리 후 음식이 되면 부가가치가 늘어난다.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들고 철로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공장 안에서 엄청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제조 현장은 현대판 연금술이다. 모래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야말로 진정한 연금술이 아닐까? 

그런데 이러한 제조 현장이 돈을 벌지 못하면 돈을 쓰는 현장이 된다. 인풋 자원보다 아웃풋 자원이 적으면 공장은 손실을 내는 곳이 되고 만다. 사람, 돈, 설비, 시간 등을 투입해 좋은 품질과 원가로 납기를 지켜 고객 만족을 창출할 때 기업은 존재 의미를 갖는다.

같은 시장에서 서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면 다양한 제품이 출현한다. 여기서는 가격으로 차별화하든지, 기능으로 차별화하든지, 품질로 차별화하는 등 끝없는 무한 경쟁으로 제품은 다양해지고 시장과 고객들은 매우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를 하게 된다. 설비와 사람을 늘려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는 구조를 갖추든지, 좋은 설비와 값비싼 설비투자를 통해 요구에 부응해 품질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렇게 할수록 고정비는 증대되고, 조직은 비대해지며, 의사결정을 위한 비용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복잡성의 증대는 비용 증가로 나타나며, 관리해야 할 항목의 증대는 조직 세분화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경쟁력은 취약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수요가 줄어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의 마진 폭은 갈수록 줄어 급기야 역마진 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서 대기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 구매자들을 자극하므로 새로운 구매 영역을 만들어 희소가치의 장점을 활용한 선도 시장을 개척해 높은 마진을 챙길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신제품 개발과 신시장 개척 능력이 부족하므로 성장기 시장에서는 동종 업체들과 자체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오퍼레이션 경쟁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은 제조원가 경쟁력이 유일하다. 생산 현장은 제조원가를 소진하는 곳이다. 제조원가는 재료비, 노무비, 경비의 합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현실에서 종업원들이 제조원가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제조원가 경쟁력은 제조 현장에서 만들어 내며 현장이 제조원가를 만드는 곳이라는 강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인건비 역시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며, 이직률이 높아 여유 인원이 늘 필요하다. 신입사원의 능력과 경력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여유 인력 확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기업의 복지제도가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우수한 기능인력을 확보하는 방법 또한 고임금 지급밖에 없다. 그러므로 인건비에서 경쟁력을 찾기가 참으로 어려워진 형편이 됐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경비는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과 비례한다. 많은 시간이 투입되면 그만큼 경비는 증가한다. 전력비가 증가하고 소모품비가 증가하며 운반비 또한 증가한다. 제조원가 통제가 어려운 데 더해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깎이는 것에 불평과 불만이 느는 것도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요즈음 제조업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경기 침체기다. 대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에 가격 인하 요구까지 받는 중소기업은 생존 위협까지 느낀다. 돈을 벌어야 할 제조 현장이 돈의 낭비를 가져온다면 제조업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제조 현장인 공장이 돈을 버는 곳이 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돈을 쓰는 곳이 되게 할 것인가? 결국 투입 자원을 축소하고 아웃풋을 최대화하는 길이라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혁신 활동이 결국 ESG가 추구하는 철학이고 지향점이다. 환경 이슈 해결로 원재료를 줄인 만큼 재료비가 줄고, 줄어든 만큼 탄소배출량은 줄어든다. ESG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사용량이 줄고 탄소배출량 또한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결국 ESG 경영은 제조원가 경쟁력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