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인 김진욱 처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2021년 1월 초대 공수처장으로 취임한 그는 취임식에서 ‘높은 사람, 낮은 사람 차별 없는 정의로운 수사’를 국민에게 천명하고 실천을 약속했다. 또 "공수처가 국민 신뢰를 받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려면 국민이 염원하는 공정한 수사를 실천하는 수사기구로 태어나야 한다"며 조직에 주어진 책무를 상기하며 결기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3년의 세월이 지난 19일 이임식에서 그는 "미미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떠나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을 많이 들어 초대 처장으로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그가 천명한 다짐의 말들이 결과적으로 허언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수처를 향한 정치적 편향과 인사 전횡, 수사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수사의 기본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과 수뇌부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수처 1기의 수사 성적은 초라한 수준이다. 그간 법률상 수사 범위와 기소권이 지나치게 제한됐고, 명시된 수사인력 부족 문제가 거론된 것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제약들을 감안하더라도 출범 이후 3년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3건 가운데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공수처가 그동안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연 200억 원 세금을 쓰는 수사기관이라는 사실에서는 허탈하기까지 하다.

공수처가 정상화되고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후임 처장 인선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 변화를 이끌 후임자 역할 또한 막중하다. 인선 과정에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 셈법이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된다. 2기 공수처에는 수사 능력을 기본으로 강단을 갖고서 공정성을 실천해 나갈 수장의 자질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가 만족할 만한 후임자를 찾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더 큰 책임감으로 공수처 수장 물색과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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