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연 인천시간호조무사회 회장
이해연 인천시간호조무사회 회장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의료와 간호, 돌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에 따라 간호인력 역할이 강조된다.

간호인력 절반에 가까운 25만여 명의 간호조무사가 의원, 장기요양기관, 요양병원 등 보건의료기관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다수의 간호조무사는 임금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처지다.

인천시간호조무사회가 지난해 실시한 간호조무사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3명 중 1명이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며, 연차휴가가 없는 경우도 10명 중 1명이나 된다고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19%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경력 20년 이상 간호조무사 36%는 근속기간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확인됐다. 

국민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동네 의원에서 환자를 반겨 주고 손잡아 주는 간호인력이 간호조무사다. 간호조무사가 웃을 수 있어야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초고령시대 간호조무사가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하려면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먼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 간호조무사 대부분은 5인 미만인 동네 의원에서 근무한다. 이들 동네 의원은 근로기준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간호조무사들이 많은 차별을 겪으며 최저임금, 급여명세서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5인 미만 동네 의원에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의료기관 개설 신고 시 노동법 교육을 의무 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개선비 지급도 고려해 볼 만하다. 사회복지사나 보육교사 등은 정부에서 처우개선비를 받는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처우개선비가 있는데, 그 밖의 시설이나 의료기관에는 처우개선비가 없다.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 일하는 동네 의원 간호조무사를 위해 처우개선비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옹진군·강화군 같은 의료취약지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간호조무사 표준호봉표 제도 도입도 좋은 방안이다. 20년 경력의 간호조무사와 신규 간호조무사 간 급여 차이가 없는 까닭은 급여체계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사업주에 인건비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표준호봉을 만들어 지키도록 권고하면 지금의 열악한 환경이 조금 더 개선될 것이다.

정부 주도 아래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간호조무사협회가 협의를 통해 표준호봉표 제도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학력 제한 역시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현재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특성화고인 간호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만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간호조무 관련 학과 전문대 졸업자는 아예 시험 자격조차 없고,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다시 간호학원에서 교육을 수료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지속된다.

우리나라 어떠한 법률도 시험 응시자격을 고졸로 제한하지 않는다. 오직 간호조무사만 고졸로 학력을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받는다.

헌법재판소도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고, 대통령도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학력 제한을 폐지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도 꼭 이뤄져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설립인가를 받아 간호조무사 권익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여전히 법정단체가 아닌 임의단체에 머물렀다. 간호조무사협회를 법정단체로 인정해 보건의료정책과 공익사업을 더욱 제대로 수행하고 간호조무사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새해에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확실하고 빠르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 곁에 간호조무사가 있음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간호조무사가 정말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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